Manner, Maketh Man
전 세계에 수트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B급 스파이 액션물, 킹스맨이 돌아왔다. 독특한 컬트적 분위기 때문에 B급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들어가는 돈부터 스케일은 당연히 수퍼 A급이다. 우선 눈여겨 봤던 건 당연히 콜린 퍼스의 복귀 방식이다. 분명 전편에서 명확하게 사망이 나왔기에 어떤 형태를 가지고 복귀하게 될런지가 최대 관심사였는데, 너무나 멋진 컴백을 보여줬다. 순간의 찰나를 이용해 콜린 퍼스를 살리는 또다른 비밀결사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들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놈.놈.놈>
빌런은 1편보다 좀 후퇴했다. 하기야 사무엘 잭슨의 그 기괴한 악역을 뛰어넘는게 쉽지는 않았겠지. 아무틍 이번엔 여성 마약왕을 내세웠다. 숲 속에 자신만의 왕국을 차려 놓고 전 세계에 마약을 공급하는 지구 최대의 악당 조직 '골든 써클'. 이곳의 보스인 포피는 어린 시절 향수로 인해 은신처를 70년대 미국처럼 꾸며 놓은 그곳에서 로봇 병사들로 조직을 운영해 나간다. 배신한 인물을 믹서기에 갈아 햄버거를 만들어 먹는 엽기적인 인물로 자기손으로는 모기 한마리 죽이지 못하던 전작의 발렌타인과 대비되는 인물이다.
영화는 킹스맨의 몰락으로 시작한다. 골든 써클은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킹스맨의 정보를 파악하고 동시 다발적인 미사일 공격으로 킹스맨 전원을 사살하는데 성공한다. 미래 장인에 인사중이었던 에그시와 요원리스트에 올라있지 않았던 멀린을 제외하고. 심지어 당연히 여주인공이라 생각했던 록시마저 한방에 날려버린다. (3편에서 살아날 것 같기는 하다.) 아무튼 이렇게 킹스맨을 박살 낸 후 영화의 무대는 미국으로 옮겨간다. 킹스맨 비상매뉴얼에 적혀 있던 양조장 스테이츠맨은 미국판 킹스맨이다. 양조장들의 모임으로 출발한 스테이츠맨은 초창기 킹스맨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킹스맨이 파괴된 이상 이들을 도울 의무와 책임을 가진다. 영국의 스파이들이 신사 컨셉이라면 이들은 카우보이 컨셉이다.
킹스맨을 지워버린 골든 써클은 전 세계에 변질된 마약을 유통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끔찍한 죽음을 맞게 되는 마약이며 해독제는 오로지 골든써클만이 가지고 있다. 골든써클의 요구는 단 하나. 자신들을 합법화 해 달라는 것. 해독제를 얻으려면 범죄 조직에 무릎을 꿇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마약 범죄자들이 모두 죽음을 얻는다. 어찌 보면 후자에 정의의 길이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어떨까. 마약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죽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호기심에 접해본 이도 있고 그냥 대마초처럼 가볍게 흡입한 이도 있다. 무엇보다 마약을 했다는 것이 목숨으로 사죄해야 할 범죄는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에그시 일행 역시 잠깐의 고뇌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해독제를 얻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그야말로 호쾌한 액션의 향연이다. 기억을 잃은 해리가 스테이츠맨 본부에서 합류하고,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작전에 뛰어든다. 거대한 스키장부터 정글에 이르기까지 온갖 기상천외한 곳들을 배경으로 그야말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액션을 보여 준다. 특히 전작을 뛰어 넘는 상상력 가득한 스파이 장비들이 이번에도 등장한다. 전기가 흐르는 로프라던지 비행기라던지. 킹스맨의 장점은 죽음을 너무나 기발하게 처리한다는 것이다. 질질 끄는 것 아예 없고 예상 가능한 죽음은 당연히 죽고 예상 가능하지 않은 죽음도 꽤나 있다. 초반부 록시와 멀린이 어이없이 죽더니 후반부 멀린까지 죽어 버린다. 그 대신 스테이츠맨의 등장이 워낙 강력해서 금방 잊기는 한다. 아무튼 시리즈를 이어갈 원동력은 제대로 확보했다.
이제 킹스맨은 새로운 시리즈물로 자리 잡는데 성공한 듯 하다. 전편보다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2편도 나름 성공했으니 킥애쉬처럼 뒤를 알 수 없는 지경은 아닐 터. 영화의 마지막, 스테이츠맨의 데킬라 요원이 킹스맨의 양장점으로 들어간다. 벌써 다음편이 기다려진다.
PS. 늘 내부의 적이 무섭다. 특히 그 적이 신념에 의해 움직인다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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