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 다크히어로의 1호, 블라드의 등장

슬슬살살 2018. 1. 5. 11:37

원래 다크한 분위기와 설정을 좋아하는 터라 관련된 영화나 책은 꽤나 많이 보는 편이기는 한데, 이 영화는 워낙에 흥행에 참패한데다 평들도 좋지 않아 그간 차일피일 미뤄왔다. 으레 그렇듯이 잊고 살다보니 TV에서 해 주더라. 이렇게 보게 되는 작품이 꽤 되는 듯. 아무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쁘지 않았다.

 

원래 기획 의도가 마블에 대항할 다크 유니버스의 1번타자였던 만큼 비주얼이나 캐릭터에 있어서는 상당히 고심한 게 엿보이고 퀄리티도 예상했던것보다 월씬 높다. 뱀파이어로 각성했을 때의 비주얼이 비호감이어서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가지고 있는 능력도 멋지고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묵직함도 좋다. 영화로서도 상당히 재미있는데 민족의 탄압에 대항해 불가피하게 뱀파이어가 되고 이후 복수에 성공한다는 시나리오가 다소 식상하긴 하지만 가족과 생이별하고 자신의 민족에게도 배신당한다는 후반 뒷심이 이를 상쇄한다. 좀 짧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대규모 전투씬 역시 훌륭하다.

 

원래 시리즈로 기획된만큼 여타 복선들이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하는데도 성공했다. 모체의 피를 마시고 임시 뱀파이어가 됐다가 3일간 피를 갈구하는 욕정을 이겨내면 다시 사람이 된다는 설정은 영화의 무게추를 히어로물에서 드라마로 기울여 놓는 효과를 가진다. 욕정을 이겨냈음에도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기 위해, 복수하기 위해 괴물의 길을 선택하는 블라드는 캐릭터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재밌는건 모체의 경우 자신이 만들어낸 뱀파이어가 3일 안에 흡혈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 속박에서 벗어난다. 능력을 잃는 건 아니고 햇빛이나 이런 측면에서 자유로워지는 듯. 블라드에게 피를 준 미스터 뱀파이어가 원했던 것도 구속에서 풀려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마지막, 현대화 된 거리에서 재등장하면서 게임을 시작해 볼까라는 대사를 통해 속편의 방향을 암시한다. 미스터 뱀파이어가 자기를 괴물로 만든 이에게 복수하겠다고 하는 걸 보면 속편에서는 조력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더 강한 괴물이 등장하겠지. 모체의 모체라던지)



소설 원작에서 여주인공이었던 미나라는 이름은 블라드의 왕비의 환생으로 등장한다. 이 여주인공의 존재가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블라드의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다. 가족, 사랑이라는 테두리 없이는 다크 히어로들에게 정의를 실현시킬만 한 당위성이 부족해서인데, 이 부분은 톰 크루즈의 미이라에서도 동일하다. 오히려 사랑꾼 설정에 있어서는 미이라보다 드라큘라쪽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전체적으로 평이 안좋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평가보다 훨씬 괜찮았던 영화다. 흥행은 BEP를 겨우 맞추었다고 하니 속편 제작 여부는 좀 두고 봐야 할 터. 다만, 다크 유니버스의 다른 영화를 통해 등장 시킬 가능성은 100%. 다크 유니버스 세계관에서 드라큘라를 빼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특히 블라드의 간지가 끝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