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원더우먼] 촌스런 쫄쫄이가 이리도 아름다울줄이야

슬슬살살 2018. 1. 8. 16:39

원더우먼은 이름부터 복장에 이르기까지 촌스러운 캐릭터다. 1941, 곧 여든을 앞둔 나이의 캐릭터가 세련될 리가 만무하다. 고 생각했다.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과 달리 전신을 감추는 히어로 복장이 아닌지라 더더욱 촌스러움이 짙어보인다. 그러나 영화 원더우먼은 이러한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재창조하는데 성공했으니 그야말로 위기의 D.C의 구세주가 아닐까

 

마블과 D.C를 통틀어서, 아니 전 헐리우드를 다 찾아봐도 이렇게 매력적인 여전사는 본적이 없다. 궂이 찾아보자면 킥애스의 힛걸 정도일텐데 네임밸류나 능력면에서 비교 대상이 아니다. 영화 원더우먼은 시리즈 첫 작품인만큼 원더우먼의 배경설정을 만들어내는데 역량을 쏟아부었다. 제우스의 딸이자 숨겨진 섬 데미스키라의 공주인 다이애나는 2차 세계 대전 중 섬으로 찾아온 연합군 스파이 스티브와 함께 인류를 구하기 위해 영국으로 향한다. 본디, 데미스키라는 전쟁의 신 아레스를 견제하기 위한 제우스의 안배다. 아레스와 대적하는 것이 전사의 숙명으로 믿고 있는 다이아나는 아레스를 없애고자 전쟁 한복판에 뛰어든다.


최근 히어로물들이 인간과 영웅 사이의 내적 갈등에 집착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히어로 본연의 가치관에 집중하는 모습이 오히려 파격으로 다가온다. 지구평화라는 촌스러운(?) 목적성은 그녀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2차대전의 참상 위에 여성성과 남성성을 오가며 양쪽 모두에서 빛나는 다이애나의 모습이 오버랩되서 그야말로 끝내주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저스티스 리그의 메인 포스터에 식상한 슈퍼맨과 배트맨 사이에 그녀가 위치하는 것도 원더우먼의 특별함을 반증한다.

 

보조적 장치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여성 히어로를 만든걸 넘어서 어마어마한 히어로가 이 영화에서 탄생한다. 슈퍼맨을 넘어서는(실제로 그렇다) 그녀의 능력이 각성하는 걸 지켜보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건 배트맨을 제외한 D.C의 히어로들의 능력이 신에 가까운 것으로 묘사되다보니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밸런스가 붕괴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번 작품이야 원더우먼의 각성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지만, 이후의 시리즈에서 이러한 능력들을 어떻게 다루는가가 관건일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