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마블리의 시대다. 나쁜놈들 전성시대, 이웃사람 같은 영화들에서 굵직굵직한 모습을 보여 주더니 부산행에서 캐릭터의 정점을 찍었고 마침내 주연까지 꿰찼다. 다른 연기자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스스로 팀고릴라라는 창작 집단을 만들어 작업을 했고 그 1호 영화가 '범죄도시'다. 스토리만 봐서는 한물 간 조폭 영화가 아닐까 싶었지만 윤계상의 리얼한 조선족 연기와 마동석의 재치 넘치는 연기가 신선함을 불어 넣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배우 마동석의 캐릭터를 확실히 잡아주었다.
혼자서는 팔 뒤쪽에 박힌 칼을 빼지도 못하는 거구이지만 툭툭 무심하게 내뱉는 시크한 개그가 그를 마블리로 보이게 한다. 베테랑의 아트박스 사장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구체화 시켰다고나 할까. 그래서 영화는 재밌고 관객은 숫자로 답했다. 무려 680만. 엄청난 숫자다.
한국에 조선족들이 늘어나면서 몇몇 동네는 슬럼화 된다. 대표적인 곳이 영화의 배경인 가리봉동. 이곳의 조선족들은 자기들끼리 폭력 조직도 형성하고 자릿세를 받기도 하는 등 90년대 초반의 한국 조폭놀이 중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치안이 그정도로 개판이지는 않지만 영화적 과장은 그냥 받아 들이자. 나름대로 힘과 서열이 정리 되어 있는 이 곳에 앞 뒤 안가리는 장첸(윤계상)이 새로 들어오면서 가리봉은 아수라장이 된다.
영화의 재미는 두 가지다. 첫째는 적당히 타락했으면서 해야 하는 일은 하고 있는 형사 마석도(마동석)의 좌충우돌한 개그. 두번째는 기존 세력을 무참히 짓밟으면서 가리봉을 평정해 나가는 장첸의 잔혹함이다. 어찌보면 전혀 결이 다른 두가지 요소가 범죄도시에서는 자연스럽게 융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켠에서는 도끼로 손목을 자르지만, 다른 편에서는 룸싸롱에서 접대를 받다가 얼떨결에 현장에 합류하는 형사의 모습이 비춰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투캅스의 세련된 버전으로도 보인다.
물론 신파도 잊지 않았다. 실화를 배경으로 하기는 했다만 컨테이너 박스에서 라면을 먹어가며 수사하는 형사들이라던지, 여자친구를 두고 끓는 기름을 뒤집어쓰는 막내형사같은 구태의연한 소재들을 써먹기는 했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배치해서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잘 맞아 떨어진 유쾌한 영화다. 웹툰작가부터 디자이너까지 함께 한다는 팀고릴라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어느정도는 눈에 보인다. 역시나 마동석은 믿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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