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을 천만으로 시작한 어마어마한 영화. 오래간만에 차태현이 홈런을 쳤다. 개봉 전부터 소문이 무성했지만, <미스터,Go>의 사례도 있고 뚜껑이 열릴때까지 긴가 민가 했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열린 뚜껑 속은 어마어마 했다. 먼저 보고 온 지인의 얘기를 듣고 나는 울지 않을테야 했건만, 막판에는 펑펑 울고야 말았다. 혹자는 한국적인 통속 최루라며 신랄하게 얘기했지만 그런 정서가 촌스럽다는 거야 말로 지극한 사대주의 감성이다.
원작과는 차이가 많이 있으니 괜한 비교를 할 생각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둘 다 훌륭한 나름의 세계관이 있는 듯 하고 우열을 나누기가 어려워 보인다. 촘촘함에 있어서는 웹툰이 우위이기는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압도적인 스케일은 웹툰이 따를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단 비교 따위는 던져버리고 영화만 바라보자.
살아 생전 소방관으로 많은 사람을 구한 덕을 인정받아 귀인 칭호를 받은 김자홍. 이 김자홍이 49일 동안 재판을 받는 게 이 영화의 요지다. 3명의 변호인(차사)들이 각 관문의 신들로부터 김자홍을 변호하고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아 인간으로 환생시키면 차사들에게 인센티브가 떨어지는 개념이다. 선량한 소방관이기는 하지만 살면서 저지른 크고 작은 일들이 저승에서는 심판을 받아야 하는 중차대한 일이다.
<신과 함께-죄와 벌>의 멋짐은 이 지옥 심판 장면에서 폭발한다. CG로 구현 된 지옥의 모습은 환타지의 원형을 잘 재현했다. 헐리우드까지는 아니더라도 CG팀이 자랑스러울 만한 정도는 된다. 제작비를 고려하면 그야말로 작화팀을 갈아넣은 수준. CG가 어색하다는 평도 있던데 IPTV라면 몰라도 스크린에서 어색함을 찾지는 못할꺼다.
한국 영화들이 늘 지적 받는 한국식 개그도 나쁘지 않다. 주지훈의 해원맥이 좀 튀는게 아닌가 싶기는 한데 오히려 영화의 진중함을 조절하는 역할을 잘 하는 것 같고 말도많고 탈도 많은 오달수, 임원희 콤비는 명불 허전이다. 한류스타를 카메오로 쓴다는 얘기 답게 각 관문에 등장하는 슈퍼 스타들도 하나같이 강렬한 인상을 보인다.
스토리상 억지스러운 면도 없지는 않다. 예를 들면 가족이 원귀가 되면 저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좌제는 일반적인 정의체계와 다르다. 저승사자의 현실개입 수준도 명확하지 않고 세 차사들의 역할도 정확하지 않다. 문제점이야 찾으면 계속 나오니가 그만 하자. 중요한 건 <신과 함께-죄와 벌>이 보여주는 독특한 세계관이 주는 임팩트다. 이정재의 저승사자부터 환생, 죄악에 따른 심판이 가지고 있는 진중한 주제는 극이 끝날때까지 가슴을 무겁게 한다. 상업 영화 주제에 삶에 대해 잠깐이나마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볼 만한 가치가 있다. 후속이 더더욱 기대된다. 한가지 불안 한 건 과연 두 편 만으로 이 거대한 세계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하는 작은 노파심이다. 개인적으로는 2편도 성공해서 프리퀄, 속편이 계속해서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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