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코코] 잊지만 않는다면 늘 함께 있다

슬슬살살 2018. 4. 3. 13:55

기억해 줘 지금 떠나가지만

기억해 줘 제발 혼자 울지마

몸은 저 멀리 있어도 내 맘은 네 곁에

매일 밤마다 와서 조용히 노래해줄게

기억해 줘 내가 어디에 있든

기억해 줘 슬픈 기타 소리 따라

우린 함께 한다는 걸 언제까지나

널 다시 안을 때까지 기억해 줘

- OST "기억해줘" -


아이가 있다보니 괜찮은 애니메이션이 나오면 빠지지 않고 보게 된다. 디즈니와 픽사가 합쳐진 이후에 유난히 변방의 주인공들을 내세우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전까지 작품의 대다수가 백인 프린세스를 다루었다면 <모아나>와 <코코>를 통해서 스펙트럼을 훨씬 넓히고 있다. 아직 흑인이 없다는게 아쉽기는 하지만 좋은 방향이다. 


<코코>는 멕시코의 작은 소도시를 다루고 있다. 인종만 변한게 아니라 문화적 배경까지도 최대한 되살리고 있는데 서구권에서 익숙하지 않은 사후세계를 테마로 삼고 있는 것도 그렇고 죽은자에 대한 제사문화, 대가족 문화가 잘 녹아있다. 어찌보면 한국과 비슷한 문화인데도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건 그 간 문화컨텐츠에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대부분의 대중문화가 실제의 우리 삶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한 번 들으면 계속 흥얼거리게 되는 주제음악도 제3세계의 색채를 잔뜩 가미했다. 우리 딸아이는 완전히 빠져 있는 듯.


가수를 꿈꾸는 미구엘은 '죽은자의 날'에 사후세계로 넘어가게 된다. 생전의 모습은 지워지고 해골로 표현되는 그들은 1년에 딱 하루, '죽은자의 날'에 현실세계로 넘어간다. 우리로 말하자면 일종의 추석인데, 이 때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젯밥을 받아먹는 거고 없다면 완전히 잊혀지게 된다. 죽은자들이 기억속에서만 살아 있다는 점에서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죽음을 대하는 방식은 훨씬 더 유쾌하다. 비록 죽었지만 그들은 그 세계 안에서 나름의 삶을 살아간다. 공연을 보고, 맛있는것을 먹기도 하면서. 현실에서 잊혀지는 것이 제2의 죽음인데 실제 죽음보다 더욱 처연하다. 


어쨌거나 사후세계로 넘어간 미구엘은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가수가 되지 않겠다는 맹세'가 필요하다. 미구엘의 가족은 음악을 위해 가족을 내팽개친 고조 할아버지 때문에 노래하는 게 금지되어 있는 구두 수선집안이다. 미구엘은 음악을 하기 위해 사후세계에 있는 할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설정은 복잡하지만 스토리는 심플하다. 고생 끝에 만난 할아버지는 가짜고 함께 고생한 동료, 헥터가 진짜 할아버지라는 이야기 구조는 특별할 것이 없다. 그 둘간에 숨겨진 사연, 할아버지가 돌아오지 못한 이유, 가족간의 갈등 해소로 모두가 다같이 흥겹게 노래부른다는 전개 역시도. 문제는 '어떻게'인데, <코코>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방식은 지루할 틈이 없다. 화려한 화면, 유쾌한 사후세계, 아름다운 BGM, 적재적소의 개그까지 치밀하고 촘촘하게 엮여있다. 특히 죽음을 소재로 해서인지 네이버에 한줄 댓글을 보다 울컥했다. "먼저 떠난 우리 아들도 저렇게 멋진데서 잘 지내길..평생 기억할께 꼭 다시 만나자"


영화 제목인 <코코>는 미구엘의 외할머니의 애칭이다. 영화 후반부에 미구엘의 노래를 들으며 아버지를 떠올리는 '코코'할머니의 미소를 보면 우리 할머니도 누군가에게는 예쁜 딸이었을 거라는 생각에 감정이 복잡해진다. 이 때 흘러나오는 '기억해줘'가 석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귀에서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