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졌던 호평에 비해 개인적으로는 아쉬운점이 훨씬 많다. 아무래도 주 무대가 와칸다라는 아프리카 대륙의 가상국가다보니 첨단 도심에서이루어지는 복합적인 액션을 보여주지 못했다. 부산과 와칸다 내부의 도시시설은 상대적으로 입체적이기는 했지만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평원전투라던지 왕좌를 놓고 겨루는 대결은 높아진 눈높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신규 캐릭터의 등장으로서는 손색없는 스토리텔링이었지만 새로운 설정이 너무 많아서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영웅'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아마도 이 포인트가 실망의 주된 원인인 듯 하다.
여러모로 와칸다는 매력적인 배경이기는 했지만 신비스러운 장소가 전체 세계관에서 이질적이다. D.C의 원더우먼의 배경도 비슷하긴 하지만 말 그대로 신화적인 공간으로 분리를 해 놓았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았던 터, 와칸다와는 상황이 다르다. 마블 세계관에서 아스가르드가 가지고 있는 영역을 생각해 보면 훨씬 이해가 빠르다. 비브라늄 최다 보유국, 현대를 뛰어넘는 미래기술의 집약체라는 국가설정 또한 그간의 시리즈를 바보로 만드는데 일조한다. <시빌 워>에서 잠시 등장했을 때는 오~ 했던게 본편에서 에이~ 하게 되었다고 봐야 하나.
부산 장면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어색한 한국말도 재밌었고, 추격 장면도 재밌었다. 도박장 배경이 너무 중국스러운 점은 넘어가자.
보면서 가장 어색했던 것이 어설픈 부족국가의 모습이었다. 세계 최강의 기술력을 가진 첨단 사회가 부족국가적인 문화를 오가는 모습은 세계관을 다양하게 만들 수는 있었지만 자연스럽지는 않다. 차라리 현대적으로 변질 된 모습들을 보여주는게 훨씬 재기발랄하지 않았을까. 예를 들면 폭포에서 펼치는 결투가 아니라 기술로 만들어진 가상 케이지 같은.. 와칸다인임을 나타내는 표식이 아랫입술에 있는 건 재미있었지만 나머지 와칸다의 문화적 레벨은 너무 이질적이어서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더라. 게다가 마지막 부족간의 전투는 수퍼 히어로들의 전투에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할까. 블랙팬서는 조력자로는 충분히 멋지지만 주인공으로는 매력이 떨어진다. 점점 눈높이가 올라서인지, 웬만한 마블시리즈는 감흥이 오지 않는다. 어쩌지? - 인피니티 워를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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