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도, 신고도 없어 아무 조치가 없는 살인을 암수살인이라고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알려지는 사건은 이미 암수살인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살인으로 구속된 범인이 추가로 일곱건의 범죄를 털어 놓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지훈이 연기한 이 살인마는 왜 범행을 털어 놓는걸까. 이건 확정적인 살인의 형량을 덮기 위한 고도의 술수로 나머지 일곱건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경찰의 무능함을 드러내려는 의도다. 그래서 확정적인 살인의 형량을 확 줄이겠다는 계략인데... 아무리 영화지만 너무 개연성이 떨어진다. 아무리 자신이 있기로소니 알려지지 않은 범죄를 자기 입으로 털어 놓는다는 건 문제가 있다. 그정도의 두뇌였으면 차라리 기소된 사건을 뒤집는데 그 열정을 다할 텐데. 훌륭한 연기와 배우를 억지스러운 시나리오가 잡아먹었다.
실화를 베이스로 했다지만 화성 살인처럼 유명한 엽기사건도 아니고 하니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집안이 여유가 있어서 오롯한 정의감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사건에 뛰어드는 김형사도 크게 매력적이지 못했다. 그냥 김윤석이 연기한 수많은 형사 중 하나로 끝나버린다.
엽기적인 사이코패스의 살인은 아직도 <추격자>의 하정우를 넘지 못하고 김윤석의 끈질긴 집념 또한 10년전 자신보다 못하다. 내노라 하는 배우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스릴러 장르, 잔혹한 연쇄살인이라는 소재까지 있었지만 영화의 실패가 이해된다. 다만, 범죄자인 주지훈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에 있는 가정폭력은 곱씹을만 하다. 불행한 그의 과거에 대한 연민이 어느새 그의 살인에 어느정도 정당성을 부여하는데 기분이 좋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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