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페미니즘과 그에 대한 반감이 대립하고 있는 시기에 마블의 정점 캐릭터가 여성으로 탄생한다는 건 논란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간의 캐릭터와는 조금 다른, 네모난 턱, 짧은 다리의 결코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히어로의 외형은 극렬한 안티팬을 만들어 버렸고 실제로 영화에 집중하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박나래가 떠올라서. 이러한 논란을 뒤로 하면 캡틴 마블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영화다. 일단 그간의 어벤져스와 연결고리가 적어서 독립적인 히어로 영화로서의 값어치도 크고 기존 마블을 보지 않았던 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아무리 봐도 비율이 안좋은 히어로는 어색하다, 외모지상주의라 해도 소용없어, 원래 히어로는 동경의 대상이어야 하는거야>
기억을 잃고 크리족의 전사로 키워진 비어스는 원래 미군의 파일럿이다. 전쟁을 즐기는 종족 크리족의 정책에 반대하며 지구로 망명해 광속엔진을 만들던 크리족 여인 마-벨 박사를 지키다 인피니티 스톤의 힘을 흡수하고 기억을 잃어 크리족으로 키워진 것이다. 그동안 적이라 여겼던 스크럴족이 오히려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비어스는 캡틴 마블로 각성하고 크리족에 대항해 지구와 스크럴족을 지켜낸다.
그동안의 마블과는 달리 슈퍼맨을 연상케하는 스케일과 파워가 압도적인 캡틴 마블이다.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가 어디까지나 지구인으로서의 제약이 있었다면 캡틴 마블은 그런 제약을 모두 뛰어넘은 최강의 전사다. 영화가 끝나면 '아- 이래서 타노스가 뒤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그녀의 파워풀함은 영화 내내 압도적이다. 팔레스타인 분쟁을 보는 듯 한 크리족과 스크럴족의 분쟁, 실드의 옛 모습, 상당한 수준의 개그코드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캡틴마블의 짧은 다리도 작은 웃음을 준다. 마-벨의 이름, 닉 퓨리가 눈을 다친 이유(우주 고양이가 긁었다), 우주의 위협을 최초로 깨달은 닉 퓨리가 실드 말고 어벤져스를 만들기로 계획서를 쓰는 모습 등이 시리즈의 후반부이면서 마치 모든 일의 시작인 것과 같은 가슴 설렘을 느끼게 한다.
'영화 삼매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스티스 리그] 슈퍼맨이랑 배트맨이랑 싸우면 누가 이기게? (0) | 2019.06.06 |
---|---|
[어바웃 타임] 이렇게 착실한 시간여행자라니 (0) | 2019.05.23 |
[이스케이프룸 2017] 상상력의 결핍은 탈출 불가 (0) | 2019.05.11 |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 종장까지 한발자국 (0) | 2019.05.09 |
[미녀와 야수 2017] 원작에 대한 집착이 낳은 참사 (0) | 2019.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