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집에서 멀리, 어벤져스로부터 저 멀리

슬슬살살 2019. 10. 3. 14:47

어벤져스가 타노스를 물리친 '엔드게임' 이후 세상은 어느덧 정상으로 돌아 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생각보다 후유증도 작지 않았으니 사라졌다 돌아온 사람들만 시간이 멎어 있었기에 7년이라는 시간의 공백이 생겨 버린 것. 피터 파커 역시 꼬맹이었던 이가 동급생이 되는가 하면 친구였던 이가 형이 되어 버리는 사태를 맞이했다. 게다가 아이언맨이 죽으면서 남긴 무기 등의 유산도 피터에게 있어 고등학생 치고 너무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슈퍼파워를 지니고 있다고 하지만 고삐리는 고삐리. 지구를 지키는 일보다 짝사랑하는 여자친구와의 수학여행이 훨씬 중요하다. 그리고 평화로와 졌다고 생각한 지구에 훨씬 빨리 위험이 찾아왔으니 바로 엘리멘탈 괴물이다. 그리고 이에 맞선 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히어로 미스테리오다. 다른 차원에서 왔다는 미스테리오가 엘리멘탈을 상대하며 피터의 호감을 얻고 피터는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토니 스타크의 비밀 병기 통제권을 넘긴다. 그러나, 너무나 당연하게도 미스테리오는 아이언맨의 힘을 탐낸 악당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자각하고 실수를 되잡으며 여친과의 사랑에도 성공하는 전형적인 히어로 스토리라인을 따라가고 있지만 전세계를 투어하며 담아낸 장면들은 하나하나가 감동적일 정도다. 게다가 아름다운 유럽의 곳곳을 때려부수난 맛이라니.. 겨우 국가 단위 재난을 처리하는 작은(?) 스케일이지만 거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어벤져스보다 훨씬 아기자기하면서 볼거리가 있다. 어벤져스는 위대한 영화지만 히어로의 전형적인 쾌감은 개별 캐릭터의 영화들이 훨씬 무겁다.


언제나 실패하지 않는 스파이더맨이기에 이번 소니-마블의 결별은 팬으로서 너무 아쉽다. 물론 앞으로 다시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만, 마블 유니버스를 떠난 스파이더맨이 홀로 자리잡기에는 어벤져스의 그늘이 너무 크다. 또 MJ를 다시 못본다는 것도 아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