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사랑하기 때문에] 절망 속에서 치유를 위하여

슬슬살살 2019. 11. 5. 21:25

스포일러 있음


예전 동료 직원의 책상 위에 꽃혀있던 <구해줘>라는 재밌는 제목의 책을 보고 기욤 뮈소를 알았었다. 읽지는 않았어도 어마어마한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읽기는 처음이다.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는 달라도 다르다. 빠른 문체로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들고 소설이 끝날때까지 궁금증의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 뒤에 이어지는 반전이 생각보다 시시하기는 하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 긴장감이 너무나 팽팽했기에 서스펜스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세명의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다. 딸의 실종으로 폐인이 되어버린 정신과 의사 커너, 엄마를 죽인 살인자를 찾아 헤메이는 가난한 소녀 에비,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이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재벌 상속녀 엘리슨. 이들은 모두 마음의 상처를 입고 어떤 종류의 중독에 빠져있다. 알콜, 마약같은. 그리고 서양인들이 신비롭게 느끼는 불교의 상징을 곳곳에 넣었다. 법의 바퀴라는 상징인데 이 부분이 깊게 다뤄지지는 않지만 곳곳에서 양념처럼 소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장치로 쓰인다. 이 소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읽은 독자라면 추리나 범죄 소설의 방식으로 읽을텐데 이 법의 바퀴라는 상징이 걸림돌이 된다. "어? 범죄단체의 표식인가? 아니면 외계인인가?".

결론은 어이없게도 정신과 치료다. 이들은 어떤 정신치료 시뮬레이션 상에서 만나서 서로를 위로하고 이해하며 치료받는다. 일종의 가상현실을 활용한 치료인 셈이다. 계속해서 커너의 부인과 친구를 의심해오며 불륜의 범죄를 의심해오던 독자는 안도와 아쉬움이 교차한다. 뭔가 커다란 폭발을 기대했는데 갑자기 신파로 바뀌는 느낌이다. 결론이 아쉽기는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는 읽는 '맛'이 있는 소설이다.


커너와 마크의 어린시절, 에비의 치열한 가난함은 가슴 깊은 동정심을 끌어 올리고 결론적으로 그들이 정신적인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독자 역시 상쾌함을 느낀다. 기본적으로 우리 모두는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