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 대해 평범한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는 예술적인 감상보다 뒷 이야기가 훨씬 즐겁다. 예를 들면 <오르낭의 매장>이 캔버스 크기 때문에 걸작이 될 수 있었다거나 이제는 널리 알려진 뒤상의 <샘>에 얽힌 이야기 같은 것들이 그렇다. 이 책은 현대미술에서 뽑아낸 여러 에피소드들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법을 알려준다.
만일 로댕이 <대성당>이라는 제목 대신 "마주보고 있는 두 손"이라는 제목을 붙였다면 로댕의 조각은 모르긴 몰라도 지금쯤 누구의 주목도 끌지 못한 채 작은 소품으로 남아 있거나 아틀리에 한구석에 처박혀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방치되어 있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브랑쿠시가 <공간속의 새>라는 제목 대신 "무제"라거나 "쇠꼬챙이"같은 지극히 평범한 제목을 붙였다면, 미국 사진작가는 세관원과 입씨름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시간과 경비를 들여 가며 재판을 벌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현대 미술은 서명을 하고, 캔버스의 크기를 조절하고 엉뚱한 제목을 붙이는 작품 외적인 모든 것이 것을 미술의 일부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로댕의 <대성당>이 왜 이런 제목이 붙어 있는지, <마라의 죽음>의 구도가 마라를 예수 그리스도와 치환시켰거나 하는 뒷 이야기들을 알고 그림을 보면 그림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더욱 느낄 수 있다. 어려운 미술을 쉽게 풀어주려고 하는 책들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쉬운편에 속해 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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