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돌이
푸바
지붕에서 소리쳐요
에드 루비 키 클럽
셀마를 위한 노래
거울의 방
작고 착한 사람들
안녕, 레드
작은 물방울
개미 화석
신문 배달 소년의 명예
카메라를 보세요
우주의 왕과 여왕
설명을 잘하는 사람
미국의 SF는 장르를 넘어서 순문학만큼이나 철학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배경에는 커트 보니것이라는 걸출한 작가가 있다. 블랙 유머가 가득 담겨 있는 그의 소설들은 냉소에서 시작하지만 따뜻한 인간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다 해도 '인간'이라는 철학적 고찰을 멈추지 않는다. 거기에 멈추지 않는 상상력을 더한 그의 단편들은 하나하나가 반짝반짝 빛이 난다. 기계문명의 발달을 경계할 것을 주문하는 <비밀돌이>, 외계인의 순간적인 멸망을 통해 겸손함과 신의 무작위성을 배우는 <작고 착한 사람들>, 최면술의 반전을 잘 살려 낸 <거울의 방> 같은 보니것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된(fouled up beyond all recognition)이라는 의미의 푸바는 더 나은 운명을 맞을 가치가 있다.
완전히 기계에 통제 당한 문명에서 하찮은 소모품으로 전락해 버린 한 남자가 가벼운 일탈을 통해 인간미를 되찾는 <푸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있잖아요. 만약 어젯밤에 우리가 어머니를 속였다면, 나는 내 인생이 만족스럽게 끝났다고 생각했을 테고, 모든 빚을 갚았다고 생각했겠죠. 결국 나는 빈민가에서 삶을 마감하거나 자살했을지도 몰라요." 그는 어깨를 으쓱한 뒤 슬픈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가 말했다. "내가 어머니께 진 빚을 갚으려면 난 천국이 있다고 믿는 수밖에 없어요. 어머니가 나를 내려다보실 수 있다고 믿어야 해요. 어머니가 보고 계시니 큰 성공을 거두어야 하고요."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우주의 왕과 여왕>이다. 부족함 없이 자란 남녀가 우연히 접한 빈민의 삶을 통해 진짜 인간성을 찾게 되는 멋진 이야기다. 이 철부지 도련님과 아가씨는 선의로 충만해 있고 좋은 일을 하지만 결과가 좋지는 않았다. 그들의 책임도 아니었고 도망을 칠 수도 있었음에도 끝까지 책임을 지고 나아가 인간성을 이해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미국의 상상력은 커트 보니것 식의 짧고 간결한 메세지가 키운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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