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를 일연이 쓴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일연에 대해서는 많이 모르는 것 같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일연의 전기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일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이가 읽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역사를 다루지 못하고 빠진 부분도 많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몽골족의 침략으로 잃어버린 우리 민족의 영광을 다시 찬아줄 것으로 믿는다. 이 책은 몽골 침략에 맞서 싸우다가 죽어간 수많은 백성들의 영전에 고이 바친다. 그들의 값진 죽음이 바로 이 책을 만든 힘인 것이다.
일연은 고려 무신정권이 활개를 치던 때에 태어나 몽골의 침략 속에서 팔만대장경이 만들어지던 시기를 겪어낸다. 그 원동력이 민족의 역사라고 생각한 일연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엮어내니 바로 삼국유사다. 당시 존재하던 역사서는 삼국사기로 왕과 국가의 역사를 주로 담고 있다. 하지만 삼국유사는 민초들의 이야기들을 함께 담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서양의 역사서처럼 사실 중심의 서술 보다는 이야기집의 성격이 강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당시의 생활상을 볼 수 있다는 측징이 있고 나름의 역사를 유추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다. 다만,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어휘가 다채롭지 못하고 구성이 단순하다. 인물들은 평면적이고 사건은 단선적이어서 어른들이 읽기에는 지루할 수도 있겠다. 그저 일연이라는 인물이 어떤 의도로 삼국유사를 남겼을지 추측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뿐이다.
'열수레의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질투하는 문명] 현상의 편린 모음 (0) | 2020.11.19 |
---|---|
[전체 최적의 문제 해결을 위한 씽킹 프로세스] 통찰의 시대, 매뉴얼은 필요 없다 (0) | 2020.11.15 |
[악의 심연] 추악함의 바닥까지 (0) | 2020.10.30 |
[페스트] 붕괴되지 않는 사람들 (0) | 2020.10.18 |
[서른과 마흔 사이] 불안을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타이레놀 (0) | 2020.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