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일본 하면 제품을 튼튼하고 꼼꼼하게 만드는 아시아의 독일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역시 일제지'하던 말들이 적어도 내가 어릴 때에는 당연한 말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버블 붕괴와 대규모 지진, 원전사고, 코로나 같은 사태들을 맞닥뜨린 일본은 그 민낮을 여지없이 드러내게 된다. 원래 일본은 모든 일들을 매뉴얼화 해 놓고 그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런 전제적이고 관료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매뉴얼들은 업데이트를 지속해가며 완벽에 가깝게 됐고 이것들은 다시 각종 산업에서 놀라운 혁신을 일으킨다. 제대로 된 매뉴얼이 주는 힘이고 이게 일본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변화에는 취약한 모습을 보였으니 지진과 원전사고 같은 것들이 그런 일들이다. '매뉴얼'이 없이 벌어진 일에 일본은 상당히 경직된 모습을 보이면서 리더십이 흔들렸고 전세계를 뒤흔든 '코로나'가 마지막 카운터를 날린다. 이제는 매뉴얼의 시대가 아니게 된 것이다. 일본이 이를 잘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이 책은 일본의 매뉴얼 집착이 낳은 괴물이다. <씽킹 프로세스>. 즉, 생각의 체계라는 제목인데 내용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와닿는 내용이 있지는 않고 오히려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논리적 구조를 장황하게 설명해 놓은데 그친다. 주어진 문제가 있다면 두가지의 결론이 있고 실제로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한 후 상대를 설득하는 논리구조라는데, 예를들면 피자를 먹자와 찌게를 먹자는 느끼하다는 문제가 아니라 배고픔을 이겨낸다라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있으니 설득이 가능하다는 식이다. 이걸 이렇게 매뉴얼처럼 사고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비즈니스 세계의 사고가 정말 저 정도로 괜찮은걸까? 이제는 매뉴얼이 아니라 직관과 즉시 결정의 시대다. 한번에 본질을 꿰뚫는 통찰의 시대다.
'열수레의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 확실한 이미지의 힘 (0) | 2020.11.22 |
---|---|
[질투하는 문명] 현상의 편린 모음 (0) | 2020.11.19 |
[일연의 삼국유사] 일연이 삼국유사를 남긴 까닭 (0) | 2020.11.08 |
[악의 심연] 추악함의 바닥까지 (0) | 2020.10.30 |
[페스트] 붕괴되지 않는 사람들 (0) | 2020.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