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자극적인 멘트의 일본 영화 포스터를 본 일이 있습니다.
"딸의 몸속으로 아내의 영혼이 들어왔다"라는 문구였는데
그렇고 그런 일본 영화라고 생각되서(야하다는 의미가 아닌 재미가 없을것 같다는 뜻에서)
보지를 않았었네요.. 사실 러브레터를 아직 안봤을 정도로 일본영화를 안좋아 하기도 합니다.
최근 이 영화의 원작소설을 읽게 되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명탐장의 규칙, 성녀의 구제 등의 소설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작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소설도 썼구나..
읽기 전까지만 해도 환타지(?)이라고 생각해서 추리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외도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은 마지막 10여장 전까지만 하더라도 틀렸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그 문제의 마지막 10여장은 충격적인 결말을 가져왔고 책이 끝난뒤에도 많은 생각과 여운을 가져오더군요..
평범한 주인공인 헤이스케의 부인과 어린딸은 버스사고를 당합니다.
이 사고로 부인인 나오코가 사망하고 딸인 모나미만 살아남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모나미의 몸을 통해 나오코의 영혼만 살아난 상태.. 모나미의 영혼이 사라졌는지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제 6학년인 모나미의 몸과 35세의 나오코의 영혼이 공존하지만 헤이스케는 그것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오코(모나미)는 커갈 수록 점점 헤이스케와 멀어지고 헤이스케는 아내에 대한 집착과 질투가 커집니다.
결국에는 아내의 전화를 도청하는 극한까지 다다릅니다.
후에 모든 문제의 원인인 버스사고를 낸 기사의 사연으로 아내를 이해하고 용서하게 됩니다.
그 이후 모나미의 영혼이 극적으로 깨어나고 점점 역할이 작아지는 아내 나오코는
결국 모나미의 나이 18세에 사라지고 온전한 모나미만 남습니다.
그리고 9년이 지나고 모나미가 결혼하는 날, 충격적인 반전으로 헤이스케는 모나미가 지금까지 나오코였으며
사랑하는 아내가 젊은 모나미로 살기 위해 9년을 속여왔고 그것을 뒤집을 수 있는 어떠한 방법도 없음을 깨닫습니다.
"모나미가 다시 살아난 것처럼 행동하면서, 자신이 모나미가 되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쑥 그렇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한가지 방법을 선택했다. 나오코가 조금씩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9년. 그녀가 연기를 해온 세월들이다.
문득 야마시타 공원에서 일어난 일이 떠올랐다.
그날은 나오코가 사라진 날이 아니라, 나오코로 살아가기를 포기한 날이 아니었을까. 모나미가 눈을 뜬 직후, 소리를 내어 울음을 터뜨린 것은 자기를 포기해버린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던가. 나오코, 당신은 아직도 살아있는가."
거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이 문장은 지금까지 SF 심리극으로 이해하던 소설이 추리·서스펜스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다 읽은 후에도 찝찝함이 남는 소설이지만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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