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빌 브라이슨이 서문을 쓴 '전설 속의 산악 유머 소설'에 관심이 끌리지 않을 수 있을까. 럼두들 등반기는 발간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산악인들 사이에서 알음알음으로 인기를 끈 후에 절판, 몇 차례 재발매되었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그대로 작가의 죽음과 함께 잊혔다. 한 마디로 구하기 힘든 매니악한 장르소설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인 셈이다.
럼두들 등반대 소개
탐 벌리: 보급담당이며 힘이 장사 / 크리스토퍼 위시: 과학자이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실험 도구를 옮기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 도널드 셧: 사진 담당이지만 매번 세팅하다가 사진을 놓친다 / 험프리 정글: 무선 전문가, 등반길 안내자이지만 정작 길치다 / 랜슬럿 콘스턴트: 통역 및 포터 관리 담당이지만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다 / 리들리 프로운: 주치의이자 산소 전문가. 다만, 매번 혼자 온갖 병치레를 하느라 남을 치료하지 못한다 / 마지막으로 이 책의 주인공이자 우유부단한 대장인 '나'가 있다.
소개만 봐도 알겠지만 이 소설은 1950년대의 많은 유머들이 그렇 듯, 수많은 언어유희(예를 들면 등장인물의 이름 같은)와 말도 안 되는 인물 구성으로 이야기의 재미를 끌고 나간다. 그러다 보니 소설의 유머는 절반도 채 전달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또한, 간신히 이해를 한다 해도 기간이 한참이나 지난 오랜 개그 코드라 책의 서문에 있는 재기 발랄함을 느낄 수도 없다. 때문에 어려운 책이 아니면서도 상당히 읽히지 않는 편이다.
럼두들이라는 가상의 산(세계에서 가장 높고 험한)을 정복하기 위해 엉망진창의 등반대가 꾸려지고 말도 안되는 계획, 말도 안 되는 등반으로 결국 정상에 오른다는 이야기. 책의 백미는 트림으로 대화하는 민족 '요기스탄' 출신의 포터들이 결국에는 등반대를 업고 산을 정복하는 장면이다. 수많은 계산과 전략, 계획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무의미한지, 그저 자연을 벗 삼는 민족 - 물론 오리엔탈리즘이 깔려 있기는 하지만 - 에 비해 서양인들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재미있게 비꼰다.
'찰리 채플린의 유쾌함을 현대인은 즐기지 못한다. 그저 경외할 뿐'이라는 걸 강하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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