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빅 픽처] 꿈꾸는 삶과 선택의 삶.. 살인자의 행복을 빌게 되는 소설

슬슬살살 2011. 5. 10. 10:53

The Big Picture - 빅 픽처

더글러스 케네디

 

꿈꾸던 삶, 지금의 삶.. 선택은 늘 한개

누구나 꿈 꾸듯이 자유롭고 즐거운 인생을 갈망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그 틀 안에 갇혀 있게 됩니다. 가족 역시 그런 굴레중에 강력한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이 소설은 자유로운 사진가를 꿈꾸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돈잘버는 변호사의 삶을 사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남자는 풍요로운 변호사의 삶을 살지만 늘 사진가의 삶을 꿈꿉니다. 돈은 많기에 최고급 사진장비와 전용암실을 갖추고 있지만 가정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지는 못합니다.

 

파우스트의 계약

작가를 꿈꾸던 아내와 젊은 시절 사진이 아닌 변호사를 공부하게 된 것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미끼로 한 아버지의 유혹입니다. 작가는 파우스트의 계약이라고 표현하고 있지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삶에서 그러한 제안은 뿌리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만큼 자유로운 삶은 어려운 것이지요.

 

 

  "이제와서 가장 참기 힘든게 뭔지 아나?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거야. 변화를 모색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거나 다른 생을 꿈꿀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리란 걸 알면서도 나와는 전혀 관련없는 일인 양 살아왔다는거야. 이제는 더 이상 환상조차 품을 수 없게 됐어. 인생이라는 오로에서 완전히 비껴 난 것이지".....(중략)..... 최소한 연봉 50만 달러, 수많은 특권, 그러나 그 모든 건 내가 뷰파인더 뒤의 인생을 포기하는 댓가로 얻은 것들이었다. 잭이 오래전 맥두걸 가 화실에서 꿈꾸었던 인생, 이제는 백일몽이 되어버린 인생, 안정된 삶을 선택하는 댓가로 포기한 인생. 잭은 그 안정된 삶이 바로 지옥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본문 49P)

 

너무나 극단적인 변화의 계기

어떤 계기로 인해 주인공 벤은 게리라는 무능한 사진작가를 죽이게 되고 그의 가정은 파괴된다. 벤은 신분을 감추고 시골 작은 마을로 들어가서 게리로 위장한 채 살기 시작합니다. 그곳에서 다시 시작 한 사진으로 유명인이 되어 오히려 대도시에 살 때 보다 더 유명한 사진가가 됩니다. 또다시 새로운 사랑도 하게 되어 벤은 꿈꿔왔던 제2의 삶을 살게 됩니다. 이렇게 변화한다는 것은 살인 정도에 육박하는 엄청난 고통을 수반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경력, 집, 가족, 빚.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안정을, 아침에 일어날 자유를 제공하니까. 선택은 좁아지지만 안정을 준다. 누구나 가정이 지워주는 짐 때문에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떠안는다.

(본문 117P)

 

<주인공이 새삶을 출발한 몬타나 주의 마운틴폴스>

 

고통을 수반하는 선택이더라도 항상 원래의 목적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 회사에 잘 다니던 동료직원이 갑자기 사표를 던지고는 아내와 세계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부유한 집의 자제도 아니었고, 다녀온 이후에도 상당히 힘들었다고 얘길 들었지만 무척이나 부러웠습니다. 겉으로는 로또 된게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를 했지만 난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우울했었지요. 세계여행을 간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렇게 모든 것을 던지고 갈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웠는가 봅니다. 이 책은 단순히 가족이 내 인생의 짐이라는 의미의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주인공 벤의 또다른 사랑으로 소설이 끝이 나면서 새로운 선택에 따른 새로운 삶 그 자체를 보여 줍니다. 앞에 얘기한 동료직원의 예처럼 사실 용기의 부족을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 하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겐 늘 두가지 선택이 존재한다. 그런 까닭에 후회할 가능성 역시 늘 존재한다. 첫번째 순간은 뷰파인더에서 우리를 노리는 사건이 벌어질 때다. 두번째 순간은 촬영한 필름을 모수 현상인화하고 효과가 떨어지는 것들을 버려야 할때다. 그 두번째 순간에서 우리는 자신이 어느지점에서 실패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이미 때 늦은 순간이다.

(본문 133P)

 

소설로서, 인생의 터닝포인터로서..

간만에 소설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잘 쓰여진 스릴러 장르에 사진에 대한 전문적인 소견, 아름다운 시골마을에 대한 묘사 등이 더해져 소설로서의 재미도 더했습니다. 또, 벤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 살인자임에도 잡히지 않는 엔딩을 꿈꾸면서 보게 되었지요. 그러나 그 모든 것중에서도 또다른 삶, 꿈꾸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인생을 반추 해 볼 수 있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꼭 책으로 읽어보길 권합니다.

 

 


빅 픽처

저자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출판사
밝은세상 | 2010-06-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루지 못한 꿈이 당신의 정체를 바꾼다!조국에 대한 비판적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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