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의자] 어떤 의자가 좋은 의자인가. 우리는 똑바로 앉아 있는가.

슬슬살살 2011. 12. 12. 22:02

 


의자

저자
캘런 크렌츠 지음
출판사
지호 | 1998-11-30 출간
카테고리
기술/공학
책소개
인간의 몸은 본래 의자에 앉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서양은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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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책 처럼 작은 한 가구에 대해 깊이 쓴 글이 있을까?

저자인 갤런 크랜츠는 유명한 여성 건축가입니다. 건축가가 어째서 의자에 대한 글을, 그것도 이렇게 방대한 깊이로 썼을까요?

 

 

강의중인 갤런 크랜츠

 

 

이 책은 건축가이자 어머니이자 선생님인 저자가 우리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세지입니다. 

 

의자는 원래 인간에 맞지 않게 만들어 졌습니다. 의자가 생긴 이유는 보다 높은 곳에서 권력을 상징하기 위해 생겼던 것이지요. 그래서 초기의 의자는  이동할 수준의 의자가 아니었지요. 이른바 '권좌'라는 것이 먼저 생긴 것입니다. 오늘날까지도 권력을 상징하는 의자의 의미는 여러가지 형태의 언어에 남아있습니다. 회의의 의장(Chairman of Board)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나 시일이 지나면서 의자는 움직일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해 와서 오늘날 서양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가구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의자는 과녕 편안한 도구일까요?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의자에 앉는 것은 인간의 척추에 상당한 무리를 주고 의자에 앉기 보다는 높은 모퉁이에 걸터 앉는 형태가 훨씬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동양의 생활권처럼 바닥에 앉는 것이 가장 좋다고 이야기 하지요.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는 더욱 그런데 그 이유는,

 

"어린아이들의 시거리는 어른들의 시거리(평균 30센티미터)보다 훨씬 가깝다고 한다. 만일 책상의 높이가 시거리 영역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아이들은 책상 위에 있는 것을 보기 위해서 끊임없이 등을 구부려 몸을 변형되게 만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린아이에게 적절한 책상의 크기는 지금 나오는 것보다 15~25cm더 높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어찌 됐건 저자가 가장 추천하는 의자는 앉은 사람이 반은 앉아있고 반은 서 있는 엉거주춤한 자세의 높이가 제일 좋다라고 수차례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몸은 이미 우리의 몸을 안좋게 만드는 기존의 의자에 너무 익숙해져있어 정말 좋은 의자를 접하더라도 몸은 이미 그것을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한 실험에서 9개의 의자를 주고 편안한 순으로 채점을 했을 때 피 실험자들은 매번 다른 결과를 내놓아 신체의 기억이란 것이 이미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의자에 이어 알렉산더 테크닉이라는 새로운 심신 치료법을 제안합니다. (사실 책 내에서는 다소 뜬금없이 이 알렉산더 테크닉에 대한 소개로 넘어가서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는데, 약간 이 치료법의 홍보성 책자가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알렉산더 테크닉이란 일종의 마사지나 기공 치료 같은 치료법인데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의 회원을 데리고 있는 일종의 단체입니다. 19세기 말 호주의 프레드 마티아스 알렉산더가 개발했는데 이 알렉산더는 일종의 배우였다고 합니다. 이 알렉산더가 어느날엔가 급작스레 목소리를 잃고 공연을 할 수 없게 되자 스스로 원인을 분석하던 중 본인의 자세에 문제가 있음을 살피고는 여러개의 거울로 본인의 자세를 교정해 스스로 후두염을 치료해냈던 것입니다. 이후 그는 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게 되었도 호흡의 대가라는 영예로운 칭호까지 받게 됩니다. 그 이후 우연히 몇몇 환자들에게도 그의 경험을 전해주고 실제로 효과가 있게 되자 본격적으로 이 알렉산더 테크닉을 전파하게 됩니다. 이때가 20세기 초반의 일입니다. 저자 역시 이 알렉산더 테크닉에 깊은 영감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의자와 자세에 이어 알렉산저 테크닉까지 나아가는 전개는 사실 책의 흐름에 있어 조금 불필요한 부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각설하고, 저자는 이제 의자의 디자인에까지 그 영역을 확장합니다. 디자이너가 만드는 의자는 어떤 것일까요?

디자이너가 만드는 의자가 과연 편안한 의자일까요?

 

여기에 20세기를 대표하는 의자 디자인들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 의자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장단점을 설명해 나갑니다. 다리가 X자인경우, 등받이가 없는 경우 등등. 그렇지만 완벽한 의자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상적인 의자의 규격을 글로서 설명해 나갑니다.

 

  - 좌석의 높이는 무릎 윗부분에서 5cm를 뺀것보다 높아서는 안된다.

  - 좌석이 앞으로 기울어지는 경우에는 작업대 역시 내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야 한다.

  - 단단한 재질로서 커버는 1.3~2.5cm를 넘지 않을 것. 평평하고 오목하지 않은 좌석.

  - 좌석과 등받이 사이에 엉덩이 공간이 있을 것.

  - 엉덩이 공간을 제외하고는 중간 받침대가 있을 것. 등등 엄청나게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그에 걸맞는 자세법 또한 그정도 수가 됩니다. 과연 이런 의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말이죠.

 

그러나 이렇게까지 완벽한 의자를 찾아야만 하는 이유는 올바른 자세와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죠.

하지만 바른자세를 가지자는 책이라고 하기에는 의자의 역사와 디자인에 대한 고찰까지 많은 상식까지도 남겨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