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닌것 같다. 아무리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지만.. 이건 아닌것 같다.
수년 전부터 마블스는 어벤져스 프로젝트를 공들여 준비해 왔다. 아이언맨을 비롯해 퍼스트 어벤져까지 마블 코믹스의 영웅 시리즈들을 끊임없이 영화화 해 왔으며 그 시리즈들의 엔딩 크레딧은 모두 이 어벤져스를 향해 있었다. 그런만큼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는 절정에 달해 있었다.1 그런 기대는 오늘로서 완전히 무너져 내려버렸다.
일단 그 멋진 캐릭터들의 개성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일부러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될만한 캐릭터를 따로 두지 않았다. 의도는 영웅들이 모여있는 한 팀으로서의 기능을 원했겠지만, 너무나도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어서인지 팀을 만드는데는 실패했다. 오히려 너무 다양한 것을 보여주기 위해 중요한 것을 놓쳐버린 느낌이다. 뷔페에 가면 먹을건 많지만 정작 기억나는 음식은 없는 것처럼...이번 작품에서 비중을 처음으로 살린 호크아이와 블랙 위도우까지 더해지니 그냥 정신만 없고 기억에 남는 건 하나도 없다. 그나마 아이언맨이 조금 선전했을 뿐..
두번째 문제점은 그들만의 위기라는 점이다. 주 악당으로 나오는 로키는 개성도, 능력도, 자아의식도 없는 그야말로 그로테스키한 캐릭터이다. 사실 이 로키 시리즈에 대한 얘기는 뒤에도 쓰겠지만, 신 주제에 정말 불쌍할 정도로 약하다. 그렇다고 머리가 좋다거나 충직한 부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80년대 가제트형사의 적이었던 검은별 정도 수준의 악당을 상대하는 역대 최강 히어로의 모습들은 맥이 푹 빠진다.
사실 토르가 어벤져스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부터 이런 문제는 예상이 됐었는데, 어찌됐건 '신'과 '인간'의 싸움의 밸런스를 맞추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주 최고의 고등생물이라는 아스가르드의 로키와 그의 부하들은 고작 맨하튼을 조금 때려 부수고 만다. 싸움에 있어서도 하늘을 나는 어벤져스 비공정과의 맞짱 정도이니, 전 세계와의 전쟁을 그렸던 <인디펜던스 데이>의 외계종족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어찌 됐건 그들만이 지구의 위기라고 외쳐보지만.. 정작 와 닿지는 않는다. 2 총알에 쓰러지는 수준의 적이라면 아이언맨 혼자서도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고 미국의 군대가 투입된다면 아스가르드를 완전히 정복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는 토르를 도와 아스가르드의 독립운동을 영화화 할지도..
볼거리는 그나마 볼만 한 편이지만, 너무 탑스타를 모아 놓아 캐스팅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든 것인지.. 지금까지의 마블스 영화보다 조금도 나은 점을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액션에 있어서는 퍼스트 어벤져나 아이언맨이 더 위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인물을 제외하고는 액션에 그다지 많은 돈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줄거리는... 어째저째하다가 헐크가 싹 정리하고 아이언맨이 마무리..한다. 그 안에는 사랑도 없고 우정도 없고.. 그냥 걔네들이 그랬더래.. 하는 남의 이야기만 남는다. 이성을 잃는 헐크가 마지막에 이성을 가진 상태에서 변신을 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였고, 전체적으로 장점보다는 단점이 눈에 더 많이 띈다.
PS. 왠일인지 어린 친구들의 단체 관람이 많은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120분 이상의 영화는 제발 좀 15세 이상가를 달라..그 나이에는 잘 앉아 있지도 못한다.
어벤져스 (2012)
The Avengers
8.5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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