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어느날 머리에 '뿔'이 달리고, 나는 악마가 되었다.

슬슬살살 2012. 10. 1. 12:41

 


저자
조 힐 지음
출판사
비채 | 2012-08-1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아침에 일어나니 뿔이 돋아 있었다!거장 스티븐 킹의 아들이자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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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포소설의 일인자. 스티븐 킹의 아들이 쓴 장편이다.

자신의 여자친구를 강간하고 살해한 범죄의 유력한 용의자로 몰렸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이그의 머리에 어느날 갑자기 뿔이 생겼다. 뿔만 생긴것이 아니라 몇가지 악마스러운 능력도 생겼는데, 스킨십을 하면 그사람이 과거에 저질렀던 나쁜 일들을 알아차린다던지, 그의 앞에서는 속에 품고 있는 본능적인 생각들을 낱낱이 이야기하게 되고 그대로 행동하게 되는 등 이다. 그로 인해 알고 싶지 않은 엄마의 과거라던지, 그를 사랑한다 생각했던 이들의 마음속 추악한 일들마저도 보아야만 한다. 이그는 그 능력들을 이용해 1년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추악함과 선함. 죄와 벌. 인간의 악마성을 보게 되고, 반면적인 소중한 것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오직 악마만이, 인간이 넓은 범위 안에서 가볍고 편안한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지"

 

줄거리만 보았을 때는 SF 같은 장르문학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내면을 다루는 심리소설이자, 성장소설이다. 어린시절의 이그와 여타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마치 스티븐 킹의 시신(The Body)와 느낌이 매우 비슷했다. 햇빛찬란한 여름날 미국 소년들의 성장이야기 같은 느낌. 허클베리핀에서 죽은 고양이를 가지고 거래를 하던 소년들의 작은 악마성들. 불쾌하면서도 치명적으로 매력적인 분위기가 이그와 주변 인물들의 성장을 훔쳐보는 관음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특히나 뿔의 능력에 의해 등장인물들의 죄악이 까발려지던 때에는 꼭 내 속에 감추어져 있던 죄악이 까발려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고백하자면,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어쩌면 악마에게 하는 고해성사가 더욱 인간을 편안하게 할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소설은 한가지의 장르로 담을 수 없는 것이 몇가지의 소설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는데 그것들이 모여 여러 장르를 한 바구니에 담게 되었다. 그것도 매우 고 퀄리티로.. 먼저 이그의 여자친구를 죽인자를 찾아나가는 범죄 스릴러적인 요소, 악마의 뿔을 이용한 판타지적인 요소, 인간의 내면과 죄, 선과 악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종교적인 부분과 메린과 이그의 판타지 로맨틱까지.. 수많은 장르를 섞었음에도 산만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일관되고 환상적인 모자이크를 만들어냈다. 특히나 마지막, 현재의 이그가 오두막문을 사이에 두고 과거의 이그와 조우하면서 보여주는 초자연적인 아름다움은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불과 물, 뿔과 트럼펫 등 수많은 은유와 비유를 내포하고 있지만 움베르트 에코보다는 가볍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보다는 무거워 어렵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사색거리를 제공한다. 또 흔히들 이야기하는 글빨 역시 착착 감기는데 여기에는 박현주라는 역자의 뛰어남이 한몫 했다(근래 최고의 번역이다).  

 

쨍쨍 내리쬐는 태양빛 아래서의 음울함. 악마성과 고결한 사랑을 한데 꿰뚫는 소설이다. 아마 우리는 스티븐 킹을 넘는 작가를 그의 아들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근래 만난 소설중 단연 최고이다. 곧 영화화가 된다고 하는데, 영화가 아무리 재밌어도 절대로 이 책을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심리묘사를 영상으로 넣는건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출처: http://litreactor.com / Daniel Radcliffe To Star In Film Adaptation of Joe Hill's 'Hor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