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휴가의 목적지는 정선이다.
두살배기 딸이 발만 담글 수 있는 자그마한 계곡이면 피서는 충분했던지라, 싸고 편한 숙소만 있다면 오케이.
정선이 딱이었다.
그래도 간만의 여행인데, 이동동선상에 들를 수 있는 것들을 몇가지 찾아보니 영월의 한반도마을이 눈에 띈다.
어라연. 정유정의 <7년의 밤>의 배경이 된 곳이다. 한반도를 닮았다는 그곳을 직접 보고 싶었다.
왜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곳을 편안하게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한걸까?
한반도를 닮은 동강줄기는 주차장에서 1.2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가파르거나 험준한 산길은 아니고 건강한 성인 걸음으로 10여분 떨어진 곳이라 무리는 없었지만.. 오늘은 너무 덥다. 거기에 11.3킬로그람이 나가면서 섭씨 36.5도에 달하는 이를 안고 간다면 정말 지옥길이다.
비경이란 건 사실 너무 알려지면 그 의미가 퇴색한다. 한반도마을이라는 곳은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질대로 알려진 곳. 현장에서 직접 보는 모습도 미디어에서 보았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살짝 아쉽기도 하면서도 허탈하기도 한 심정. 기대하던 것과 직접 보았을 때의 감정적인 차이.
그렇다고 별로라는 의미는 아니다. 딱 기대했던 만큼 보여주고 있으며 이곳을 못봤다면 늘 보고 싶어했을 거다. 일종의.. 맛집 같은 거다.
저 아래에서 마침 뗏목이 동강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한반도로 치면 제주도를 지나 부산을 향하고 있는 뗏목이다. 1명당 5천원(?)에 탈 수 있다는 플래카드가 이 높은 곳에도 걸려 있다.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좁은 공간에 몰리니, 사진을 찍는 순서가 아수라장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한반도 모양을 배경으로 한 사진은 꼭꼭 찍어 놔야지. 두고두고 안보더라도 사진은 찍어야 맛 아니겠나.
내려오는 길은 이 녀석이 조금이나마 걸어주길래 편해지나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바지에 큰 녀석을 실례했다. 이녀석 들고 땡볕에 이래저래 고생했다. 이 녀석이 생기고 보니 관광지마다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기초적인 생리현상조차 해결하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점심은 정선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장릉의 식당이다. 원래는 장릉보리밥이라는 맛집을 가려 했으나 오후 2시가 넘었음에도 손님이 가득가득 하더라. 할 수 없이 장릉 주변 식당을 랜덤하게 들어갔는데 이곳이 또 맛있네.. 역시 맛집이라는 건 알 수 없는 일인가 보다.
곤드레밥이야 대부분 맛이 비슷 하지만, 이곳은 밑반찬이 정말 맛있다. 대여섯 가지의 가정식 찬인데 짜지도 않고 참 맛있다. 허기도 한몫 했지만, 아가가 맛나게 우적우적 먹을 정도다. 장릉 주변이 원래 맛집 천국이라는 인터넷 정보가 조금 전 검색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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