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과 부암동, 삼청동 같은 동네가 몇년 전부터 데이트코스로 각광 받더니 요즘에는 그 바람이 서촌에도 불어오는가보다. 아마 신촌, 홍대, 종로, 강남 같은 번화가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동네'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이 비단 우리뿐만은 아닌가보다. 하기야, 사는 곳 마저도 아파트인 이상에야 내가 어릴적 느끼던 '동네'는 이제 마음먹고 가야지만 볼 수 있는 곳이 되어버린 셈이니 씁쓸하다.
통인시장은 기름떡볶이 때문에 몇차례 가본적이 있는데 그 위쪽까지는 처음이다. 골목에 접어들자마자 눈에 익은 헌책방이 보인다. 예능프로를 비롯해 하도 매스컴에 많이 나와 이제 가본 것 같은 대오서점이다. 안까지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웬지 민폐느낌이라..
사실 오늘 여기까지 온 원인이 바로 이 효자 베이커리다.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너무 많아지면서 오히려 이런 동네빵집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 이곳은 역사도 역사지만 독특한 메뉴로 더 유명한 곳이다. 대표빵은 오른쪽의 콘 브레드... 이걸 와이프가 어디서 본 모양이다.
마침 구워지자마자 나온 콘브래드를 살 수 있었다. 갓 나온 따끈따끈함을 느껴보기 위해 빵집앞 정자에 자리잡았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앉을 곳이 있는 동네도 오랜만이다. 축구공모양의 빵을 찢어서 꼬맹이 입에 넣고 나도 한잎 먹는다.
다음엔 뭘 먹어보나.. 요 근방 남도분식에서 상추튀김을 판단다. 오호.. 그것이라면 광주에만 있다는 별미로 VJ특공대 단골손님이다. 여기도 한번 가봐야겠다 하고는 들렀더니 헐.. 대기가 10명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줄서는게 아니라 이름을 적어놓으면 전화를 해 준단다. 이름을 적어놓고 골목골목을 다시한번 뒤지다보니 얼마못가 사람들이 모여있는 집이 있다.
한국 미술계의 거장이라는 박노수 화백의 생가란다. 박노수화백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주변 이야길 들어보니 탤런트 이민정의 외조부시란다. 역시 예술보다는 연예인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아무튼 일제시대에 지어진 건물이라는데 상당히 운치가 있다. 초대형 저택은 아니지만 운치있는 정원과 함께, 동산이 있는게 가장 맘에 든다. 이런 집이라면 정말이지 빚을 내서라도 사고 싶다.
집안까지도 들어가 볼 수 있게 되어있지만 밖만 봐도 충분하다. 예술가의 집답게 미술품들이 정원을 가득 메우고 있고, 나 답게 예술품에는 눈이 안간다. 그러고보니 저 빨간 벽돌집도 오랜만에 보는것 같다. 옛날 우리집도 빨간 벽돌집이었는데..
30여분을 배회하다 다시 남도분식 앞으로 왔더니 아직도다. 분식이라 해서 금방금방 회전할 줄 알았는데 자리가 좀처럼 나질 않는다. 맛집이어서인가, 자리가 좁아서인가. 10여명 남았던 앞 손님들이 가기만을 기다린다.
한참을 기다려서 들어가서 주문을 한다. 홀은 작지만 4명이 일하고 있다. 어지간히 장사가 잘 되나보다. 메뉴는 5가지 정도 되는데 그 중에 상추튀김과 김밥쌈을 시킨다. 떡볶이와 고기국수는 눈물을 머금고 다음번으로 ㅜㅜ
처음먹는 음식이니 당연히 처음먹는 맛에, 튀김의 느끼함도 없다. 이곳만의 맛이라고 하기에는 메뉴 자체가 일반적인 메뉴지만, 좀처럼 서울에서는 비스무리한 메뉴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특별한 곳이 될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오징어떡볶이나 고기국수 같은 음식을 먹었다면 또다른 색다름을 느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옆 테이블에서 오징어떡볶이의 탄생비화(?)를 들려주는 젊은 사장님 말을 들어보니 더더욱 먹고 싶어진다.
내려오면서 통인시장에서 기름떡볶이를 기어이 사먹었다. 채은이에게 먹여보니 미친듯이 먹는다. 음.. 그래야 아빠딸이지..
이렇다 할 큰 가게는 없지만, 경복궁에서 통인시장을 거쳐 서촌까지.. 이곳저곳, 프랜차이즈들 사이에서는 도저히 겪어볼 수 없을 가게들이 듬뿍하더라. 몇몇 곳을 눈으로 찜한채 다음을 기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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