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북소리 축제에 갔다가 기획만 존재하는 행사.. 책 바자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어라는 제목의 포스팅을 올린 적이 있다. 제목처럼 파주 북소리축제에 실망했던 내용이었는데 2년만에 다시 찾은 북소리 축제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아니, 모든건 그대로였음에도 긍정적인 모습이 보였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아이가 생겨버리자, 아동 서적에 눈길이 가서였을까.
북소리축제는 출판단지 전체가 행사장인만큼 들어가는 곳, 나오는 곳이 정해져있지 않다. 예전에는 불만인 부분이었는데, 아무곳에나 편하게 차를 세우고 들어가자 그곳이 행사장이다. 출판단지 어느곳에서든지 출발할수 있고, 어디서든 끝낼수 있다. 북소리 축제는 열려있는 축제다.
도착하자마자보이는 한 출판사이 2층으로 올라갔더니 아동 교보재 전문 출판사다. 북소리축제 대부분의 출판사는 속칭 돈이 되는 아동 서적을 주로 취급한다. 모든 이벤트는 아이들을 향해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일이지만, 이부분은 내년에 조금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긴, 찾는이들이 모두 부모인데 어찌 출판사 탓을 하랴.
슬슬 산책하는 느낌으로 출판단지를 걸어본다. 여기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를 내려보지만, 모든 이야기의 초점은 '야 이동네 진짜 외국 같구나'다. 그 어느 공원이 이보다 여유 있을것이며, 그 어느 도시가 여기보다 아름답지는 않을 듯 하다. 유럽의 소도시를 찾은것 같은 곳인데, 모르긴 몰라도 일요일 아침마다 만나는 서프라이즈도 여기서 꽤 촬영했을 것 같다.
그러고보니 작년에도 그렇고 꼭 첫날에 이곳을 찾게 된다. 그래서인지 사람도 적당하고, 딱 좋은 듯. 다만 단점이 있다면 미처 준비하지 못한 삐걱댐을 겪어야 한다는 점인데, 여유있게 마음먹고 본다면 조금의 어색함일 뿐이다.
이곳을 이토록 이국적으로 보이게 하는 주범이 바로 이 담쟁이덩쿨이다. 이화여대나 가야 볼 수 있는 이 담쟁이 덩쿨이 예전에는 우리 초등학교에더 있었더랬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추억만 먹고 산다더니, 고작 서른 넷에 옛날이 좋았다는 얘기나 하고 있다.
주행사장인 지지향에 도착하자 은근슬쩍 빗방울이 떨어진다. 채은이가 아래층에서 열리는 재즈공연에 관심을 보이는 사이 우리는 2년 전의 위치에서 사진을 찍어본다. 왼쪽이 2013년, 오른쪽이 2011년이다. 조금은 나아진 것 같은 사진 스킬과 1명의 늘어난 식구. 그리고 한껏 여유로워진 와이프의 모습이다.
일종의 게스트하우스인 이곳 지지향은 책이라는 컨셉을 유지한채 엄청난 분위기를 자랑하는 곳이다. 남자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거대한 책장을 비롯해 북소리축제의 주 프로그램들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주변 출판사들의 장터는 말그대로 부대행사일 뿐. 이곳이 진짜다.
그러나, 모두 어린아이와 함께 하기는 너무나 먼 행사들.. (저자와의 대화, 강연 등등) 아쉽도다..
비가 멎을 때까지 독서실 분위기가 나는 카페에서 파니니로 끼니를 때운다. 운좋게도 창가에 앉았더니 꽤나 분위기 나온다. 아직까지 힘뻗치는 채니만 아니어도 이 분위기는 2배 이상이었을텐데..
아무튼 배까지 채웠어도 비가 줄지 않는다. 폭우는 아닌지라 비를 맞는것도 아니고, 안맞는 것도 아닌 상황. 슬슬 야외 개막식하는 곳까지만 발길을 옮겨본다. 열심히 개막행사 준비하고 있는 팀이 있었는데... 비를 맞고 있는 걸 보니 안타까우면서도 20일 뒤의 내 모습이 상상된다.
가뜩이나 비때문에 사람도 없어 보이는 개막식장 한켠에서 조금 비싼 찹쌀 도너츠를 먹으면서 채니의 캐리커쳐를 그렸다. 매번 와이프랑 그려보자그려보자 했었는데 결국 아이가 최초로 그리게 됐다. 역시 이런건 엄마돈으로 해야 제맛!!
계단을 튀어올라가 엎드려 뻗치기를 해도 까딱없던 채은이는 앨리스열차가 다니는 출판사를 기점으로 피곤에 떤다.
한켠에서 받은 풍선은 아직도 집에서 굴러다니고, 행사장에서 구매한 책 두권은 역시나 짐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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