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구석구석 방랑가족(여행, 맛집)

[영화박물관] 작지만 알찬 재미. 공짜라 더 맘에 들어..

슬슬살살 2014. 5. 13. 23:19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주말이다. 얼마전, 블로그에서 상암동에 있다는 영화박물관 소개를 읽고 스크랩 해 두었다가 오늘 방문했다. 공짜라는 점이 가장 맘에 들었고, 가깝다는 점과 무료주차가 된다는 점도 맘에 들었다. 상암동에 있는 영상자료원을 티맵에 입력하고 출발했더니 상암동 누리꿈 스퀘어 인근의 한 빌딩으로 안내한다. 주말에는 무료개방한다는 안내문구에 내심 기분이 좋아 주차를 해 놓고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왠지 분위기가 너무 이질적이다. 함께 탄 날씬한 여인네도 분위기가 요상하고.. 이런 곳에 박물관이 있을까 싶기도 했는데 알고보니, 홈쇼핑이 있는 옆 건물로 주차를 한거다. 이런곳에 홈쇼핑이 있을줄은 몰랐는데.. 눈썰미 좋은 와이프가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여자가 조영구 마누라라는 사실도 알려준다. 그렇구나.. 

 

아무튼, 바로 옆 한국콘텐츠진흥원이라고 쓰여있는 건물이 별도로 있으니 주차할 때 헷갈리지 마시라는 이야기다. 뭐 둘다 무료 개방이니 상관은 없다.

 

 

 

기분좋게 무료로 게이트를 통과해 박물관 내부가 눈에 들어오면 생각보다 좁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원형으로 생긴 큰 방 한개와 자잘한 2~3개의 방. 2층 정도가 전부이니 그렇게도 느낄 수 있겠지만, 구석구석 살펴보면 생각보다 재미있는 '꺼리'들이 꽤 있다.

 

 

옛날 사진을 찍는데 사용되었던 골동품 라이카 카메라나 대본. 콘티, 영화 소품들이 시대에 맞춰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옛날의 영화포스터도 아카이브 되어 있어 영화매니아라면 군침을 흘릴만한 아이템들이 꽤나 있다. 여배우들을 주로 다룬 전시코너에서는 시대별 히로인들의 피규어도 전시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JSA의 이영애가 가장 닮은 것 같다. 애마부인이나 씨받이의 강수연 같은 19금(?) 피규어도 있다.

 

 

영화의 역사와 무성영화 체험 같은 상설전시가 있고 중앙 홀에서는 그때그때 기획전시를 하는 모양이다. 지금은 <애니메이션 특별전>을 하고 있는데 브로셔에 따르면 작년 12월15일에 종료되었어야 하지만 아직 계속되고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들의 추억>이 주 전시품인지 대형 세트장(?)이 차려져 있어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제는 사진을 찍자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포즈를 취하는 채은이가 애니메이션의 컷들이 맘에 들었는지, 자세를 취한다. 사실 저기에는 애니메이션의 배경과 실사 배경을 비교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한켠에는 포스트잇으로 꾸며진 작은 방이 있는데 여기 있는 포스트잇은 영화의 씬넘버들이 적혀져 있다. 애니메이터들의 메모들도 적혀져 있는데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많은 소통이 필요한 작업인지를 알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버튼체험형 전시품도 있고 애니메이션을 그려볼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애써서 그린 내 작품은 채은이가 돌돌 말아서 어디론가 버려 버렸다. ㅜㅜ.

 

 

변사가 활약했던 시절의 무성영화를 볼 수 있는 원각사도 그렇고, 아저씨의 한 장면을 재치있게 전시해 놓은 주제관은 상당한 센스가 보인다. 옷에 얼굴을 붙여 놓는 것으로 저런 느낌이 나다니... 규모는 작지만 구석구석 살펴보면 재미있는 것들도 보이고, 시간마다 해설자를 운영한다던지 오디오 가이드를 준비한다던지 하는 세세한 배려가 보이는 곳이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돌리고 있는 모양인데 몇몇 체험프로그램은 어서 채은이가 참여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면 하는 것도 있었다. 

 

일부러 먼 곳에서 찾아올 만큼 으리뻑적한 곳은 아니지만 인근에 살고 있다면 한번쯤 방문해도 재밌을 만한 곳이다. 최근 디지털미디어시티가 생기면서 각종 방송국들이 들어오고 개성있는 맛집들이 생겨나고 있어 가벼운 주말을 보내기에도 적당하다. 아무튼 회사와 집 근처에 재미있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는건 기분 좋은 일이다.  

 

 

PS. 이날 먹은 건 아니지만, 근처에 있는 중식당 <서룡>에서 먹은 된장짬뽕과 된장짜장이다. 좀 비싸기는 하지만, 아이가 먹기에도 좋고 내용도 알차다. 그리고, 된장짜장이 그리 흔한 아이템은 아니잖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