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인류 Vs. 초창기 원숭이 문명
변칙개봉으로 논란이 많은 혹성탈출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다. 3부작으로 기획된 혹성탈출 시리즈가 이제 종반을 향해 달려간다. 늘 3부작 시리즈 기획에서 2편이 다루기 까다로운 면이 있다. 첫편은 이야기의 시작점이기에 3편은 결말이기에 관객의 집중을 기대할 수 있지만, 중반부에 해당하는 2편은 핵심주제를 담아내면서 재미까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편을 관람하는 대다수의 사람은 1편에 대한 향수와 감동의 재경험을 원한다. 그런면에서 살펴봤을 때 2편은 역시 2편일수 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과 그래도 CG빨과 압도적인 스케일만으로도 충분히 극장에서 볼 가치가 있다. 원숭이라면 동물농장에서 보는 것도 싫어하는 와이프가 혹성탈출을 매우매우 즐겁게 관람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원작의 무거운 메세지를 최대한 심플하게 만들고 볼'꺼리'에 집중하게 만드는 방식에 대해 찬반이 갈리겠지만 적어도 두시간동안 뜨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헐리웃 블록버스터는 언제나 대단하다.
시저가 숲으로 돌아가면서 인간과 연을 끊는 것으로 전작이 끝났다. 이 이야기는 그 이후 10년을 다루고 있다. 지성을 갖춘 유인원들은 자기들만의 마을을 만들어 집단 생활을 해 나가면서 번성한다. 외형적으로 봤을 때는 신석기와 청동기의 중간쯤 되는 듯 하다. 반면 원숭이 실험에서 생겨난 변종바이러스가 전 인류를 휩쓸어 면역을 가진 소수 인원을 제외하고는 인류는 전멸했다. 이 두번째 이야기는 살아남은 인류중 그나마 규모있는 집단이 된 말콤박사 집단과 시저의 집단 사이의 갈등을 다루고 있으며 이는 곧 인류와 원숭이간의 갈등을 대표한다. 인류가 멸망했다고 하지만 아직 첨단 무기들이 남아 있으며 그 숫자가 적지 않다. 유리해 보이는 원숭이 집단은 아직은 소수고 리더인 시저가 온건주의자이다.
"유인원은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
이야기는 말콤박사와 동료들이 전기를 얻기 위해 댐을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그 댐이 시저의 영역이었는데 이들의 방문을 두고 원숭이 집단이 분열한다. 인간에게 베풀고 평화를 유지하려는 시저와 인간에게 당한 생체실험으로 인간을 증오하는 코바가 대립한다. 일견 리더인 시저에게 복종하는 듯 한 코바가 후반부 시저에게 총을 쏘면서 인간과 원숭이 집단의 전투가 시작되는데 인간세계에서는 역사적으로도 흔히 있었던 사실이다. 이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유인원이 진화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위해 같은 종을 죽일 수 있는 객체로 성장했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 살인으로 유인원이 인간에 한발자국 더 가까워졌다는 걸 보면 인간의 욕망과 탐욕, 이기주의가 어쩌면 진화의 원인과 가능성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영화에서는 죽지 않은 시저가 다시 패권을 잡지만 평화는 오지 않는다. 말콤과 시저의 인간적인 신뢰와 교류가 집단으로 발전해서는 먹히지 않는다는 메세지 또한 훌륭하다. 여기서 시저의 인간적인 면을 다시 볼 수 있는데 말콤에 대한 신뢰를 완성하면서 리더로서의 판단을 흐트러트리지도 않는다. 냉철한 판단과 따뜻한 감성을 동시에 지닌데다 카리스마까지 가진 당신은 도대체...
스케일과 메세지를 모두 갖춘 3부작을 기대한다.
영화에서 가장 볼거리는 전투씬이 아니라 시저의 몸뚱아리다. 적당한 체격과 꼿꼿한 직립보행은 그를 원숭이로 보지 않을 수 있게 만든다. 그 간지가 너무나 대단해 우리는 흡사 정우성이나 이정재를 보는 듯한 느낌을 CG유인원을 통해 받을 수 있다. 그 외에도 혹성탈출=CG빨이라는 공식을 너무나도 증명한 엄청난 스케일과 그래픽은 적어도 영상에 있어서 기술한계점에 도달한 느낌이다.
자, 영화는 끝났다. 3부에서는 인류와 유인원의 대 전쟁이 시작될 것이고, 이 영화가 원작 혹성탈출의 프리퀄이 되려면 인류의 멸망이라는 조금 쎈 카드를 꺼내들어야 한다. 아니면 전혀 다른 리부트를 할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혹성탈출 원작의 여운을 대신 할 수 있을 만큼의 생각할 거리를 준비한 3부가 되었으면 한다. 원작 우선주의자들이 계속해서 원작보다 못하다는 이유가 바로 이 여운 부분인데 원작 마지막의 자유의 여신상, 팀버튼 편의 원숭이 링컨상과 같은 강렬한 한방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한방 까지 갖춘 3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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