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라는 소리는 워낙에 많은 매체에서 나오고 있으니 굳이 개인 블로그에서까지 그런 얘기는 할 필요가 없다. 특히나 예술적인(?) 영화도 아니고 쫒고 쫒기는 긴박함을 담아낸 상업영화가 이렇게 평단에서 극찬을 받았던 경우가 언제 있었을까. 궂이 따지자면 올드보이 정도일 텐데 이상하게 관객 수가 적다. 입소문도 잘나고 있고 트랜스포머가 개봉하기 전에는 이렇다 할 경쟁작도 없었는데도 아직 400만이다.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이렇게 재밌고 평도 좋은 영화가 안먹히고 있다는건 새벽에 하는 월드컵 핑계를 댈 일이 아니다. 관객이 적은데 대해 어떤 평론가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라고까지 할 정도로 상업영화로서 너무너무 잘 만들어진 영화다. 아무래도 시기적인 분위기가 무거운 한국영화를 외면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가 재밌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 서두가 길었다. 아무튼 요즘 본 영화중에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기도 했고 가장 재밌기도 했다. 교통사고 후에 뺑소니를 친 고형사가 시체를 어머니의 무덤에 숨기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전반부는 시체를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중반부는 이름모를 목격자가 나타나면서 협박당하는 고형사(이선균)을 비췄고, 목격자의 정체와 경찰 내부비리가 얽히면서 영화는 종반으로 치닫는다. 전개로만 보면 평이한 형사물이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한숨을 돌리지 못하게 빠르고 긴박하게 몰아치는 연출은 두시간동안 아웃사이더의 랩을 듣는 것 처럼 보는 이를 바쁘게 만든다. 이선균도 이선균이지만 악역을 맡은 조진웅의 사악함이 차원이 다른 惡을 보여준다. 조진웅은 전기톱살인사건 같이 범접할 수 없을 강인한 캐릭터와 오로지 물질적인 성공을 위해 치달리는 한국형 악당을 섞어 무시무시한 슈퍼 악당을 만들어 냈다. 이 악당의 존재만으로 이 영화의 긴박함은 최고조에 달하지만 중간중간 녹아 있는 가벼운 유머들이 짤막한 웃음을 주면서 쉴틈을 메꾼다. 이런 영화가 깜짝 깜짝 놀래키는 연출을 사용하는게 보통이지만 <끝까지 간다>는 그런 연출이 없다. 관행적으로 사용하던 영화적인 요소가 의도적으로 배제되면서 색다름을 보여줬고 이것이 제대로 먹혔다. 그 덕분에 우리는 이선균과 조진웅이라는 캐릭터에 집중하게 되고 다시 더 긴박함을 느끼게 되는 구조가 완성 되었던 것. 한마디로 말하자면 예측 가능한 놀라움이지만 세세한 연기와 톤으로 예측했던 것보다 더 놀라고 무섭게 만들어 졌달까. 당분간 보기 힘들 대단한 영화였다. 보는 내내 영화 제목을 떠올리면서 '진짜 끝까지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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