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구석구석 방랑가족(여행, 맛집)

[국립현대미술박물관-과천관] 자유로운 촬영에 놀라고, 공짜라서 더 놀라고.

슬슬살살 2014. 8. 13. 22:20

미술 맹인이기는 하지만 가끔씩 미술 전시회에 가고는 하는 부부다. 허영심이라기 보다는 이해하고 보고 느끼고 싶은데 충분히 그러지 못하는 무지에 대한 안타까움의 발현이랄까. 와이프 지인의 결혼식에 갔다가 좋은 날씨에 집으로 오기가 뭐해 가까운 과천으로 향했다. 

 

 

한참을 걸려서 차를 대고 야외조각상들이 늘어서 있는 광장을 지나자 우리나라 같지 않은 풍광이 펼쳐진다. 푸른 산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낮지만 웅장한 건물. 과천 현대미술관이다. 어디로 갈지 몰라서 잠시 매표소에서 두리번 거리니 대부분이 무료란다. 오잉? 미술관이 무료라고?

매번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기획전시를 주로 가다보니 입장료가 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 상설전시는 대부분이 무료다. 일부 기획전에 한해서 돈을 받기는 하지만 그것도 3천원부터 6천원 정도로 저렴하다. 아무래도 국가예산으로 운영하는데다 현대미술이라는 장르를 다루다 보니 무료로 개방되어 있는 모양이다.

 

 

상설전시관을 둘러보기 전에 만만해 보이는 <어린이 전시관>으로 향했다. 여기도 무료다. 천정에는 아이들이 만든 작품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바닥에는 잠자리를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 늘어져 있다. 곳곳에서 잠자리를 만드느라 한창이다.

 

 

잠자리를 만들기에 너무 어린 채은이는 그림을 그려오면 즉석에서 뱃지를 만들어주는 이벤트에 도전해 본다. 펜을 쥐워져 보지만, 알 수 없는 그림들이다. 나비와 나무, 꽃은 엄마가 그려주고, 분홍색으로 그린 현대미술이 채은이의 작품이다.

 

 

빛을 체험하는 공간, 여러가지 물건들의 촉감을 체험하는 공간들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고 한쪽에는 영상물도 틀어준다. 주중에는 교육프로그램도 돌아가는지 커다란 강의실도 두 개 있다. 한쪽에는 그림책을 보는 공간도 있어 멀지만 않다면 하루 종일이라도 놀 수 있을 만한 곳이다. 거기에 교육적인 느낌까지 있으니 엄마들이 즐겨 찾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어린이 전시관>을 나와 본 전시관으로 향한다. 현대미술관에 대해 포스팅한 글에는 어김없이 있는 백남준 님의 거대한 비디오 아트를 중심으로 나선형으로 오르막 길이 나 있고 하나 하나 올라가면서 전시관을 들어 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비디오 아트는 삼성TV로 만들어져 있는데 화면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고장인지, 아니면 그것도 작품의 일부인지 알 수 없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이 작품은 5층 높이이며 맨 윗부분의 1층 가량은 TV가 나오지 않는다. 사실 비디오 아트라는게 기계가 고장나면 끝이지 않나? 이정도 규모의 작품의 특정 TV가 고장났다고 고칠 수 있어 보이지도 않고..

 

 

첫번 째 전시관은 회화와 디자인 분야다. 오른쪽의 사진처럼 각 전시관은 ㅁ자 형태로 되어 있고 가운데 부분이 터져 있어 각 층을 다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건 1층은 유료 전시회였는데 2층에서 다 볼 수 있었던 것. 나 너무 속물인가? 벽(Wall)이라는 주제로 작품들이 전시 되어 있는데 당췌 뭘 나타내는 건지 알 길이 없다. 설명을 읽어봐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으니 현대미술은 참으로 난해한 세계다. 진중권의 말처럼, 현대미술은 평론가가 결정하는 가치의 미술인 건가.

 

 

그나마 디자인 쪽은 볼만 한 것들이 많았다. 꽃무늬 프린트라던지, 기묘한 가구들이라던지...이 외에 공예와 사진, 건축 분야까지 5개의 상설전시가 돌아가고 있는데 모두 추상적인 느낌의 전시품들이라 감상(?)이라 이야기 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작품들이다.

 

다만, '미술을 감상한다'라는 느낌도 좋고 주변의 풍광이나 산책길,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들이 잘 되어 있어 꼭 한번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특히나 내부에서 촬영이 허가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현대미술은 어렵지만 어려운 만큼 일반 대중들이 쉽게 접근하게 하려는 박물관의 의지가 멋지다. 참, 경복궁에 있는 서울관도 공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