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마파크에 수영장이 공짜 옵션?!
농협에서 운영하는 안성 팜랜드는 농장을 주제로 하는 테마파크다. 가축에게 먹이주는 체험 등을 하게 조성된 곳인데 아직 콘텐츠가 부족하고 잘 알려지지도 않아서인지 여름한정으로 무료 수영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히트를 친 모양인지 각종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주객이 전도된 모양새다. 수영장이 주 프로그램이고 농장프로그램은 부수적인 것 처럼...
내려올 때만 하더라도 비 소식에 '수영장은 안가도 좋다' 하는 마음으로 내려와 봤는데 의외로 날씨가 너무 좋다. 구름이 잔뜩 끼어있긴 했지만 후덥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던 것. 아직 남아있는 나무그늘 자리에 잽싸게 돗자리를 깔고 옷을 갈아 입었다. 늦여름이어서인지 오전시간대에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계속해서 입장이 이어진다. 적어도 11시까지는 도착해야 그럴싸 한 자리를 맡을 수 있다.
누군가 한강수영장 같은 상설 수영장과 여기 같은 간이 수영장 중 어디가 더 깨끗하냐 묻는다면 자신있게 간이 수영장이 깨끗하다 말할 수 있다. 일단, 물 정화통이 계속해서 돌아가는 걸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데다, 규모도 정해져 있어 도저히 물관리를 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수영장은 총 세종류인데 어른들이 들어가는 1.2m짜리와 80cm, 50cm가 각각 있어 유아를 데리고도 편안하게 놀 수 있다. 27개월인 채은이의 경우에 보트에서 내려오질 않으려고 했지만 자기 몸에 맞는 깊이에서는 잘 노는 모습을 보여준다.
간이 수영장의 단점이라면 부속 놀이품이 빈약하다는 점인데 이곳 역시 다를 바가 없었다. 한대뿐인 미끄럼틀은 잘 미끄러지지 않아서 그 용도가 무의미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놀기에 문제가 있거나 하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숫자가 부족해서 그렇지 충분히 재밌다는 점. 어찌 잘못해서 공중부양하는 모습이 찍혀 버렸다. 마누라.. 재주도 좋아...
어찌 됐건 안성 팜랜드의 수영장은 합격점이다. 메인이벤트보다 확실한 애피타이저랄까. 1시간 가량 물놀이를 즐기고 본격적인 팜랜드 투어에 나섰다. 오기 전에 물놀이 용품을 바리바리 싸들고 돌아다닐까봐 걱정했는데 당일에 한해서는 입출입이 자유롭다. 주차장에 물건들을 가져다 놓고 다시 들어올 수 있는 점은 정말 좋다.
◆ 아쉬운 트랙터 농장투어
중앙 광장에는 각종 먹거리들과 지원시설들이 모여 있고 캐릭터들이 농장을 지키고 있는데 꽤나 잘 만들어서 포토존으로 좋다. 이곳에서 트랙터 기차 이용권을 끊을 수 있는데 입구에서 통합입장권도 판다. 트랙터 기차는 안성 팜랜드 전체를 한바퀴 도는데 이걸 안타고 이 넓은 곳을 도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니 반드시 탈 수 밖에 없다.
거대한 트랙터를 따라 움직이는 기차는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고 아이도 좋아한다. 그런데 날씨 때문인지 계절 때문인지 이랗다 할 동물들을 볼 수가 없다. 물론 사파리를 생각하고 온건 아니지만 황량한 농원에 을씨년스러운 날씨까지 겹치니 뭔가 묘하다. 특히 트랙터는 오른쪽에 앉을 것을 추천한다. 왼쪽에는 농장 바깥쪽이 주로 보여 적은 동물이나마 찾아보는게 쉽지 않다.
◆ 걸신들린 양들에게 먹이주기: 누가 양을 순하다고 했는가.
트랙터에서 내리면 이제 가축들에게 먹이를 줄 시간이다. 먹이는 한바구니 천원에 팔고 있지만 조절을 잘 못하면 홀라당 뒤집혀 버리니 조심하자.
저 빨간 바구니 하나가 천원인데 양이 한꺼번에 달려들면 쫌 무섭다. 그리고 힘도 세서 바구니를 받치고 있기가 두려울 정도다. 양뿐 아니라 염소와 송아지도 있는데 모두 쉬운 상대는 아니다. 말에게는 홍당무를 줄 수 있지만 당근을 향해 말이 달려들때마다 울타리가 흔들리는 걸 보면 후덜덜하다. 결코 내가 겁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 외에 규모가 작긴 하지만 토끼, 양, 닭들을 만나 볼 수 있는데 관리가 잘 되어있어 냄새가 나지 않아 좋다. 오늘은 하지 않지만 강아지쇼 같은 것도 하는 모양이다.
◆ 그리고는?! 이제 뭐하지??
이제 뭐하지??
농장체험은 이것으로 끝이다. 뭔가 부족한 듯 하지만, 아직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고 부족한 콘텐츠나마 열심히 관리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니 점차 좋아지리라 믿는다. 농장과는 무관하지만 저런 놀이기구들이나 그림책관 같이 놀 '꺼리'들을 계속 만들어 나가면서 부족한 콘텐츠를 채워나가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농작물이나 가축들이 하루아침에 늘어나긴 어렵겠지만 저런 것들은 충분히 의지로 할 수 있으니까..
농장과 무관한 콘텐츠로, 그림책관과 트릭아트 전시회가 있었는데 그림책관은 그래도 브래멘 음악대 같이 조금이라도 농장과 관련있는 동화를 다루려고 했고 트릭아트 역시 최대한 유사한 주제를 다루려고 노력했다. 임실치즈체험관이 함께 붙어있었는데 아쉽게도 리모델링 공사로 체험하지 못했다.
트릭아트는 왠만한 지자체 체험장에는 어디든지 있는 아이템으로 <포천아트밸리>에서도 야심차게 전시한 바 있다. 그래도 팜랜드의 것들은 나름대로 오리지널 작품으로 보이는 것들도 꽤 있었고 사진 찍기에도 쾌적했다.
전체적으로 아직까지는 부족함이 많은 <팜랜드>다. 특히나 임시시설물인 수영장을 뺀다면 과연 사람들이 올까 싶을 정도로 콘텐츠가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조성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주말마다 방문할 만한 곳이 되기 충분해 보인다.
PS. 특이하게 말고기를 파는 음식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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