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30여년간 살면서 한강 수영장은 처음이다. 태안에 다녀오는 길에 못다한 물놀이가 아쉬워 잠깐 들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서 깜짝 놀랐다. 저가시설 특유의 지저분함과 바바글한 인파를 떠올렸었는데 이게 웬 걸? 인파도 적절하고 편의시설과 자리도 꽤 좋은 편이다. 외부음식도 자유로운데다 파라솔, 자리에 대해 부지런함만을 요구하기 때문에 공평하다는 생각도 든다. 물이 더럽지 않냐라고들 하는데 웬만한 워터파크가 다 거기서 거기다. 다른 곳에 비해도 비슷하거나 더 나은 수준으로 보인다. 물론 인파가 한풀 꺾인 8월 중순임을 감안해야 겠지만..
바로 옆으로는 성산대교가 지나가는데 도심 한복판에서 수영을 하는 듯한 느낌도 꽤나 묘하다. 한쪽에서는 수영을 시원하게 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바쁜 도시생활이 이뤄지고 있다. 버스까지 지나다니면서..
도착했을 때는 슬슬 허기가 지기 시작한 때라 가볍게 순대와 떡볶이로 시작을 한다. 분식부터 먹을거리는 엄청나게 팔고 있는데 많이 비싸다. 먹을 준비만 철저히 해간다면 아주 저렴하게 놀 수 있을텐데.. 4~50분마다 있는 쉬는 시간도 꼬박꼬박 지켜진다. 그나저나 저 뒤의 발은 누구의 것인지 몰라도 섬뜩하다.
풀은 세종류로 1m풀, 1.5m풀, 30cm 유아풀이 있다. 1.5m풀은 장비 유무, 보호자 동행 유무와 관계 없이 100cm 미만은 무조건 못들어간다. 1m풀에서 놀다가 30cm풀로 옮겼더니 생애 가장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놀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자기 몸에 맞는 풀이 훨씬 재미있는 듯 하다. 발장구도 제법이다.
유아풀 한켠에는 물이 쏟아져 내리는 분수대가 있는데 여기는 무서워한다. 오로지 튜브를 가지고 걸어다닐 수 있는 일반 풀이 최고 인듯..
아무리 좋은 곳을 데려갔을 때도 볼 수 없었던 표정이 여기서 묻어 나온다. 이런걸 보면 좋은데 데려가고 맛있는 걸 사주려는 건 어디까지나 부모의 욕심이다. 아기 눈높이에 맞는 건 따로 있는 것인데..
약간 구름이 낀 하늘과 파란 수영장 바닥이 만나니 날씨는 더 좋게 느껴지고 공간은 훨씬 넓어 보인다. 저 뒤편으로 보이는 마천루와 파라솔이 묘하게 어울리면서.. 아마도 올해에 또 오기는 쉽지 않겠지만 내년에는 꼭 체크해 두었다가 방문을 해야겠다. 잊지말고..
아. 다른 한강 수영장은 어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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