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에는 추석이 있는데다, 회사일로 유난히 바쁜 한달이다.
주말과 추석도 반납하고 출근하느라 아이 얼굴을 많이 못봤는데, 밤마다 동물친구들 보고 싶다고 칭얼 댄단다. 일도 좋지만 하루쯤은 쉬고 동물원을 가볼까 찾아봤는데 지난번 다녀온 쥬쥬테마파크만한 곳이 없다. 서울대공원이나 어린이대공원은 너무 넓어 아직 아이를 데리고 돌아다니기는 무리인데, 여기는 넓이도 적당하고 동물도 직접 만질 수 있어서 다시 한번 선택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악어쇼로 관람을 시작해 본다. 그때는 너무 어렸었던지 이제야 악어가 무섭다고 난리를 친다. 하긴 악어 이빨이 닫히는 소리는 어른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니.. 지난번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끝나고 팁을 던지는 코너가 없어졌다. 반대 여론이 있었나보다..
동남아 출신의 조련사들이 악어를 데리고 손도 넣었다 머리도 넣었다 장난들을 친다. 나름 습성을 연구해서 하는 행위겠지만 가끔씩 해외토픽에 나오는 사고들을 떠올리면 긴장이 절로 된다. 관람객 중 지원자 한명에게 악어를 만질 수 있게 해 준다니 8살짜리 남자아이가 용감하게 나선다. 헐~ 어른도 쉽지 않을 텐데..
쇼가 끝나고 그 용감한 녀석이 악어의 꼬리를 잡고 사진을 남긴다. 채은이에게 장난삼아 너도 해볼래? 물으니 온몸을 떨며 거부한다..
한낮에 돌아다니니 가는 곳마다 동물들이 널부러져 자고 있다. 5시 정도부터 활동을 시작한다고 하니 활발한 모습을 보려면 이때 찾는 것도 괜찮겠다. 다만 그시간엔 체험거리가 없다 하니 각자 장단점이 있다. 사자, 호랑이, 곰.. 너나 할거 없이 낮잠을 즐기는 통에 채은이는 사자를 이렇게 기억한다. '코~ 자는 냄새나는 동물'
중앙 쉼터에서는 이런저런 동물들이 밖으로 나와서 만져짐을 기다리고 있다. 주저주저 무서워 하는 듯 하더니 슬금슬금 하나둘 만져보기를 시도한다. 오히려 와이프가 냄새난다고 만지기 싫어 한다..ㅡ.,ㅡ 나도 뱀은 처음 만져 보았는데 엄마지갑 만지는 느낌이다. 페이스페인팅을 무료로 해 주길래 채은이도 하나 그려 봤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다 잠깐 유모차에 태웠더니 순싯간에 골아 떨어진다. 한시간 정도를 바짝 자더니 완전히 기력을 회복해서는 여기저기를 뛰어 다니기 시작한다.. 주머니 여우 체험을 마지막으로 주주테마파크를 빠져 나온다.
서울 사람들 중에 여기 한번 안다녀온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면서 동물학대 논란으로 이런저런 말이 많은 곳이다. 그러나 동물원이 어느 정도의 학대(가두는 행위)를 전제로 한 시설임을 생각한다면 생태교육과 종 보존이라는 순기능 역시 고려해 봐야 하겠다. 오히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면서 동물원에 대한 감시를 계속하는 것이 어떨까.
어찌 됐건 밤마다 동물친구들 보고 싶다던 채은이의 소원 하나를 들어준 것 같아 뿌듯하다.
PS. 밤에 집에 와서 뭐하고 싶냐 물어보니 동물친구들 보고 싶단다..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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