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이웃사람] 흩어진 단서,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의심이 한 곳을 향한다.

슬슬살살 2014. 10. 20. 22:36

◆ 매번 실패한 강풀만화 원작의 영화. '이웃사람'은?!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강풀원작의 영화가 나오는게... 매번 원작의 퀄리티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는게 단점이긴 하지만 이웃사람에 이르러서는 어느정도 커버가 된 듯 하다. 강풀표 스릴러의 특징을 꼽자면 웹툰이라는 장르를 최대한 이용해 먹는 점이다. 의도적인지 본능적인지 모르겠지만, 카툰의 분할. 자막의 위치까지 계산된 것 처럼 되어 있다. 일반적인 만화보다 대사가 많은 편에 속하기도 하지만 특정 화 같은 경우는 아예 대사가 없는 경우도 있다. 웹툰장르에 꼭 맞게 만들어져 있다. 순정만화도 순정만화지만 강풀의 진가는 역시 미스테리 썰렁물에 있다. 아파트를 비롯해 수많은 스릴러물을 발표했고 모두 정상에 올랐으며 영화화 후에 망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이 부분은 순정분야도 마찬가지.. 한마디로 영상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웹툰인 거다.) 그렇지만 <이웃사람>의 경우는 나름 선방했는데 다른 작품에 비해 스토리가 직선적이어서 영상으로 옮기기가 용이했던 것 같다.

 

◆ 범인이 누구야? 빨리 알아 채!!

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빌라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피해자는 202호의 여학생. 유괴살인 후에 변사체로 발견된다.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했다고 믿고 있는 계모(김윤진)은 매일 집으로 찾아오는 그녀의 귀신을 보며 두려움에 떤다. 그런데 범인은 아주 가까이에 있었으니 201호의 김성균이다. 극 초반부터 범인을 밝혀 일반적인 스릴러와는 다른 전개를 보여 준다. 누가 범인인가가 아니라 언제 알아채느냐로 관람의 중심축이 이동하는 것.

 

 

이웃사람 구성의 핵심은 이웃이 살인마임을 알아챌 수 있는 단서가 흩어지는데 있다. 피해자의 엄마인 김윤진은 엄마만의 촉!으로, 가방가게 주인인 임하룡은 뉴스에 나온 가방으로, 피자집 점원은 살인이 나던 때마다 피자를 시켜먹었다는 사실로 범인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다. 그 모든 단서들은 직접적이지 않고 미심쩍은 정도이기에 살인마를 쫒기 보다는 좀 자세히 지켜보는 수준에 그친다.

 

죽은 여선(김윤진의 딸)과 똑같이 생긴 수연1의 등장으로 살인마인 김성균은 혼란에 빠져 수연도 살해하려 한다. 게다가 자신을 이상스레 보는 주민들의 시선도 부담스럽다. 김성균은 살인을 실행에 옮기고 자신을 괴롭힌 깡패 마동석과 가방가게 주인 임하룡을 이 계획에 얽어 넣는다.

 

◆ 역시 강풀을 영상으로 옮기는 건 힘들어. 그래도 감독은 나름대로 자신만의 주제를 만들어냈다.

웹툰을 먼저 봤기 때문인지 스릴러 치고는 무섭지 않았지만, 같이 본 와이프가 덜덜 떤 걸로 봐서는 스릴러적인 재미도 충분히 있는 작품이다. 특히나 김성균의 섬뜻한 연기는 평범한 살인마 느낌을 제대로 살려줬다. 개인적으로 빠져도 될법 싶었던 인물은 피자가게의 도지한이었다. 만화에서는 매우 중요한 인물로 그려지지만, 영화에서는 집중력만 흐릴뿐이었다. 웹툰은 회차라는게 존재하기 때문에 다면적인 캐릭터를 다수 등장시키는게 가능하지만 영상매체에서는 집중력을 흐리게 하는 일등공신이다. 그간 강풀 원작의 영화들이 망한 이유들중에 가장 큰 이유들이 원작의 인물들 다수를 매체로 옮기고자 했음이다. 강풀 작품 중 가장 인기를 얻었던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강풀 만화중 가장 적은 캐릭터로 구성되었음을 떠올려 보자. 영화에서 비중이 적었던 피자소년을 과감하게 들어냈다면 더 집중력이 생기지 않았을가 생각해 본다.

 

결말이 상당히 흥미롭다. 살인마에게 일찌감치 붙잡힌 임하룡을 끝까지 살려둔 이유와 경비원 역할의 천호진의 살인을 통해 인과응보라는 단순하고 강렬한 메세지를 전달한다. 원작을 본지 꽤 지나 정확하지는 않지만 천호진의 경우는 원작과 다른 결말이 아니던가. 이건 영화와 웹툰의 방향 자체가 다름에 있는데 강풀은 주변의 무관심과 가까이 사는 범인의 공포, 이 두가지를 다루고 싶어했도 김휘감독은 <이웃사람>을 통해 원죄와 필연을 이야기 하고 싶어 했다. 적어도 둘 다 메세지 전달에는 충분히 성공한 듯 하다. 특히 한국 스릴러답지 않게 뒷심(?)이 강한 것도 좋았다.

 

PS. 마동석은 이 영화로 백상예술대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웃사람 (2012)

The Neighbors 
8
감독
김휘
출연
김윤진, 마동석, 천호진, 김성균, 김새론
정보
스릴러 | 한국 | 110 분 | 2012-08-22
글쓴이 평점  

  1. 김새론이 1인 2역의 연기를 펼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