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이후로 단기기억상실을 다룬 영화는 계속 나왔다.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한다는 설정은 영화적인 전개가 용이하고 관객에게 정보를 오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스토리만 탄탄하면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이 된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은 반전이다. 어떤 결말을 보여주느냐가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공하면 <메멘토>, 실패하면 <포가튼>이다.
크리스틴(니콜 키드만)이 낮선 남자의 침대에서 눈을 뜨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정신을 차린 크리스틴의 귀에 남자가 말소리가 들린다. "난 벤, 당신의 남편이야. 우린 결혼한지 16년이 지났지. 당신은 사고를 당했어. 그 사고 때문에 매일 20대 초반의 기억으로 깨어나고 있어." 크리스틴은 사고로 매일 기억을 잃고 있고, 남편 벤이 그녀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벤이 출근한 후 의사 내쉬가 전화를 걸어온다. 벤에게 비밀로 치료를 해오고 있었다는 내쉬 박사는 크리스틴을 치료해 올 뿐 아니라 매일 기록하고 있는 영상일기의 위치를 알려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벤과 내쉬 박사. 크리스틴이 당했다는 사고의 정체는 무엇이고 벤과 내쉬박사는 무얼 숨기고 있는 것인가.
나 20살 때 디카 같은 건 없었을텐데 어떻게 이건 이렇게 잘 다루는거지?
(스포일러)
함께 살고 있는 벤은 사실 마이크라는 남성이다. 사고를 당하기 전 크리스틴은 마이크와 불륜의 관계였고 벤과의 결혼을 정리하라는 마이크의 말을 듣지 않았다가 폭행을 당해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다. 사고 이후 벤은 크리스틴을 떠났고 마이크가 벤 행세를 하며 크리스틴의 옆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스릴러 영화의 법칙중 하나, 처음 주인공과 등장한 이가 범인일 확율은 80% 이상이다.
이런 영화를 볼 때 스토리만큼이나 많이 보게 되는 게 주변 분위기다. 분위기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긴장의 정도가 달라진다. 예를 들면 시종일관 어둡고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가져가는 경우에는 자칫 지루하거나 긴장이 과해져 정작 중요한 후반부에는 피곤이 쌓여 버린다. 반대로 밝은 분위기가 많으면 산만해 진다거나, 볼거리가 많으면 집중도가 떨어진다. 영화 전반에 걸쳐 음울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내가 잠들기 전에>는 지루함을 좀처럼 떨치기 힘들다.
매일 반복일 뿐 아니라 영화 톤이 너무나 일정하게 유지된다. 마지막 반전까지 같은 톤앤매너를 유지하다보니 나름 괜찮았던 반전도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니콜 키드만이라는 대배우를 전면에 내세운데다 튼튼한 원작이 있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영상 콘텐츠는 영상의 언어로 씌여져야만 매력을 다할 수 있음을 다시 확인시켜 줬다. 내러티브만으로는 안되는걸까?..
내가 잠들기 전에 (2014)
Before I Go to Sleep
- 감독
- 로완 조페
- 출연
- 니콜 키드먼, 콜린 퍼스, 마크 스트롱, 앤-마리 더프, 딘-찰스 채프먼
- 정보
- 미스터리, 스릴러 | 영국, 프랑스, 스웨덴 | 92 분 | 201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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