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하다.
이유도 모른 채, 내가 누군지도 모른채 어딘가에 갇힌다는 설정은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설정이지만 미로는 얘기가 다르다. 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큐브>겠지.
어디론가 올라 가고 있는 구식 승강기 안에서 토머스는 눈을 뜬다. 승강기의 해치가 열리고 그를 반기는 이들은 또래의 소년들.
흑인과 백인, 동양인들이 고루 섞인 이 집단에 토머스는 합류한다. 모두들 토머스처럼 기억을 잃은채 누군가에 의해 이곳에 보내진 소년들이다. 한달에 한번 승강기를 통해 필요한 물자와 한 명의 소년이 올라온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봐서는 '위키드'라는 기업과 관계 된 듯 하다는 추측은 할 수 있지만 정확히 여기가 어딘지, 자신들이 무얼 하고 있는지 아는 이는 없다. 이들은 각각 업무를 분담해서 생활을 꾸려 나가고 있고 알비라는 흑인 소년의 지휘를 받고 있다. 누군지 모르고 갇혀 있다는 점만 빼면 15소년 표류기와 다를 바가 없다. 이들을 가두고 있는 건 거대한 미로. 민호라는 한국계 소년을 리더로 한 러너조가 있고 이들이 매일 아침 열리는 미로의 문으로 들어가 미로들을 분석해서 탈출구를 찾아오고 있다. 햇수로 3년 째. 밤이 되면 닫히는 미로에서 살아나온 이는 아무도 없다.
토머스가 올라온 이후 이들의 주변에 변화가 일어난다. 미로 안의 괴물인 그리버가 마을 안에서 동료를 습격하기도 하고 트리샤라는 여자아이가 올라오기도 한다. 특히 트리샤는 '이 아이가 마지막이다'라는 메모와 함께 보내졌으며 무심결의 토머스의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
거대한 미로를 탈출하는 액션물이지만 정작 미로 씬은 그리 많지 않다. 총 세차례의 미로씬이 있는데 한번은 밤에 남겨진 민호와 알비를 구하기 위해 토머스가 뛰어 들었을 때1, 두번째는 미로안의 죽은 그리버를 조사하러 갈 때, 마지막으로 그리버의 습격을 피해 미로로 필사의 탈출을 할 때이다.
역시나 주인공인 토머스에 의해 미로의 의문이 조금이나마 풀린다. 이곳은 위키드가 만들어낸 일종의 실험실. 고생 끝에 미로를 ㅌㄹ출한 이들에게 남겨진 위키드의 메세지에 따르면 뇌를 파괴하는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가 멸망직전까지 갔다고 한다. 그러나 면역력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나기 시작 했고 이들을 통해 백신을 만들려고 하는 게 위키드의 목표이다. 백신작용을 하는 물질을 만들기 위해 뇌의 활동을 촉진할 필요가 있었고 미로를 통해 이 아이들을 극한까지 몰아넣는 실험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인류사회에는 이들의 실험을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고 위키드는 이들에 의해 공격당한 것이다. 메세지를 다 읽자 한무리의 군인들이 나타나 이들을 구조(?)해 간다. 그리고 2부를 암시하는 떡밥이 던져진다. 2
미로를 달리는 볼거리도 볼거리지만 토머스로 인해 분열되기 시작한 소년집단이 우왕자왕 하는 모습은 작은 사회를 보는 듯 하다. 특히나 리더가 없어졌을 때 분열하는 모습에 조마조마한 답답함을 느낀게 나뿐만은 아니리라. <파리대왕>만큼의 심각한 메세지를 던지지는 않지만 오락물 치고는 나름 굵직한 화두를 던진다. "안주할 것인가, 나아갈 것인가" 또한, 미로를 탈출한 이후에 보이는 파괴된 도시의 모습은 2부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왠지 미로가 한개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든다. 조금 성의없이 끝나버리는 결말에 2부가 더욱 궁금해지기는 하는데 2015년 개봉이라니, 원작 소설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나. 미로의 압도적인 스케일을 충분히 보지 못한 아쉬움이 들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가 빠르고 명확해 다른 생각을 할 여유를 두지 않는다. 실제로 영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영리한 CG활용을 알 수 있다. 미로를 보여주는 가장 긴 씬은 밤에 표현했고, 그 외의 씬에서는 몇가지의 장소가 중복해서 나온다. 그리버의 경우 풀샷이 나오는 건 3분 이내다. 나머지는 몸의 일부분만 간헐적으로 표현해서 최대한 CG사용을 억제했다. 박스오피스로 봐서는 2부에 엄청난 물량이 투입될 것만 같다.
메이즈 러너 (2014)
The Maze Runner
- 감독
- 웨스 볼
- 출연
- 딜런 오브라이언, 카야 스코델라리오, 윌 폴터, 토마스 브로디-생스터, 이기홍
- 정보
- 미스터리, 액션, 스릴러, SF | 미국 | 113 분 | 2014-09-18
'영화 삼매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테이큰 3] 다시 초심으로 돌아온 리암 니슨표 액션 (0) | 2015.01.03 |
---|---|
[내가 잠들기 전에] 기억의 공백을 채우는 상상력이 진실을 가리다. (0) | 2014.12.14 |
[이웃사람] 흩어진 단서,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의심이 한 곳을 향한다. (0) | 2014.10.20 |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Broken S.H.I.E.L.D !! (0) | 2014.10.19 |
[더 콜] 전화를 일찌감치 포기한 전화 스릴러 (0) | 2014.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