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캐빈 인 더 우즈] B급 정서의 대 폭발. 공포의 집약체

슬슬살살 2015. 2. 27. 15:00

다른 이들이 뭐라고 하든 엄청나게 공포스러운 영화였다. 밑도 끝도 없는 공포. 공포의 전형을 날것 그대로 보여줌과 동시에 공포영화의 전형성이 어디에서 기인한다는 걸 보여준 수작이다. 초반부터 일반적인 공포물과는 궤를 달리 한다. 일반적인 연구실 장면이 비춰지다 꽝 하는 효과음과 함께 타이틀이 박힌다. 이때부터 B급의 정서가 드러난다.

 

초반부, 여느 공포 영화가 그렇듯이 다섯명의 선남 선녀가 숲속에 있는 오두막으로 캠핑을 떠난다. 지하실에서 발견한 책을 읽자 좀비들이 나타나 그들을 공격하고 순싯간에 글래머 캐릭터와 찌질이 캐릭터가 사망한다. 이제 탈출이다. 가까스로 탈출 직전에 다다른 일행은 무너진 동굴 앞에서 좌절한다. 결국 토르 아니, 커트(크리스 햄스워드)가 오토바이를 타고 탈출하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사망한다. 이와 동시에 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 있다. 초반부 연구실의 모습을 띤 곳의 근무자들인데 이들이 이 모든 것을 설계한 거다. 이들은 오두막 중간중간에 미약, 페로몬, 대마초 등을 숨겨 놓았으며 이것 들을 이용해 이들을 공포에 몰아 넣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도록 방해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들려오는 다른 직원들의 재촉. "이봐 스톡홀롬도 실패했대. 일본하고 우리만 남았어" 뭔가 거대한 음모 같다. 전 세계적으로 이 일이 시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들은 왜 이 일을 하는 걸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누군가의 유흥 거리나 도박의 대상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좀비가 진짜 임을 알게 되면 다시 미국에 빠진다. 도대체 왜?!

 

후반부, 이 영화의 진짜 목적이 드러나고 피의 향연과 하이라이트가 펼쳐진다. 사실 이들은 인신공양을 하고 있는 거다. 이 곳 지하에는 고대신이 잠들어 있고 이를 막는 건 주기적인 인신공양뿐이다. 그게 문화별로 다른 모양인지 일본은 어린아이들인 반면에 미국쪽은 다섯명의 청년들이다. 그래도 그중에 한 곳만이라도 성공하면 괜찮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마저 실패하고 미국만이 남았다. 사실 이게 가장 신기했다. 대부분의 국가가 성공하는게 아니라 대부분이 실패했다는 얘기는 대부분의 공포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살아남기 때문인 건가?

어쨌든 미국측의 미션은 창녀-광대-운동선수-학자-처녀 순으로 죽어야 하는데, 처녀는 무조건 마지막에 살아남아야 한다. 죽어도 되지만 먼저 죽어서는 안된다. 종반부에 살아남은 처녀 역할의 '데이나'가 묻는다. "난 처녀가 아니...", 이에 대한 답은? "상관없어, 대충 비슷하기만 하면 돼" 이게 이 영화의 핵심이다. 어차피 비슷하기만 하면 되는 거다. 그러니까 공포영화의 전형을 따르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공포영화의 전형성을 따르지 못해서 광대가 살아남아 버리면? 지구는 멸망한다. 고대신에 의해서...정말이지 놀라운 생각의 전환이다. 중요한 건 얼마나 잔인하게 다 죽는 거냐인 것이지, 대충 총으로 다 쏴 죽이면 안되는 거다. 고대신이 그걸 따질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공포영화의 팬들은 그걸 따진다. 그래서 고대신=관객이라는 등식이 성립해 버리는 것이다. 숨겨진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진짜 이 영화의 백미는 막판 연구소 습격씬이다. 관리자들의 통제를 피해서 지하로 대피한 데이나와 마티1는 연구실에 도착한다. 다급해진 관리자들은 총으로 쏴서라도 이들을 죽이려 한다. 한마디로 인신공양을 하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2 사실 이 장면 직전까지 잔인한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부분 음향이나 촬영기법을 통해서 공포스럽게 만들었지 정작 좀비가 물어뜯는 장면하나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다 이곳 엘레베이터에서 폭발시킨다. 연구소에 숨어들어간 데이나 일행은 자신들이 타고 온 엘리베이터를 통해 모든 악귀를 연구소에 풀어 놓는다. 그 결과는?

 

특수부대가 순싯간에 전멸하고 계속되는 병력 투입도 소용없다. CCTV에 비치는 장면은 지옥 그 자체다. 왠만한 좀비습격은 쨉도 안된다. 엘리베이터 여섯개에서 계속해서 등장하는 악령들은 어벤져스가 와도 이길 수 없다. 그 하나하나가 왠만한 영화의 주연급이니.. 엘리베이터가 이렇게 무서운줄 처음 알았다.

 

 

상상만 해도 무섭다. 모든 공포가 총 집결해 조금 전까지 파티를 하던 관리자들을 학살한다. 이를 분석해 보자면 잘못된 공포영화를 만든 제작진들이 개박살이 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마무리에 몰린 데이나와 마티가 스토리 완성을 포기함으로 인해 ...... 고대신이 깨어나 버린다. 그리고 세계는 멸망했다. 하하하

 

이게 공포의 끝이 아니라면 뭐가 끝이란 말인가.

 

PS. 뭐가 나타날 지 알고 보니 더 무섭더라.

 


캐빈 인 더 우즈 (2012)

The Cabin in the Woods 
7.8
감독
드류 고다드
출연
크리스틴 코넬리, 크리스 헴스워스, 안나 허치슨, 프랜 크란츠, 제시 윌리암스
정보
공포, 스릴러 | 미국 | 95 분 | 201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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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티는 초반부 죽은 걸로 보였으나 살아나 버렸다. 관리자들을 피해서 좀비를 삽으로 토막내가며 [본문으로]
  2. 그런데 왜 이고생을 한거야. 안그러면 영화가 안되잖아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