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빅히어로] 유쾌하고 세련되고 감각적인 최고의 히어로물. 나도 베이맥스 사줘.

슬슬살살 2015. 2. 6. 17:24

오랜만에 여유로운 평일 조조 관람. 메세나폴리스의 롯데시네마의 오전은 한가하기 그지없다.

우리 부부와 한명의 관람객. 세명이 차지한 극장은 광고 틀어주는게 부끄러울 정도다. 오죽했으면 엔딩크레딧 이후 들어오는 직원보기가 민망했을까.

 

아무튼, 허지웅을 흉내내본다면 근 5년동안 가장 재밌게 본 영화다. 수많은 히어로물 사이에서 잘 알려지지도 않은 이 여섯명이 왜이리 사랑스러울까.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이 왜이리 박진감 넘칠까. 보는 내내 느꼈던 온갖 감정들은 단순한 영화를 넘어서 완전히 몰입시켰다. 초반 장면부터 심상치 않다. <리얼스틸>의 축소판으로 보이는 로봇 격투로 시작하는데 개그와 박진감이 반반씩 잘 버무려 졌다. 짧은 이 도입부로 주인공인 히로의 성격과 배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학교보다는 로봇에 미쳐있는 반항기 많은 천재소년과 든든한 후원자 테디형의 등장이다. 주인공의 재능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형 테디. 테디 역시 뛰어난 로봇 연구원이며, 대학 연구소에서 괴짜 친구들과 여러가지 로봇실험을 해나가고 있다. 테디가 탄생시킨 로봇이 건강 도우미 '팬더맥스', 아니 '베이맥스'다. 쿵푸팬더를 떠올리게 하는 귀여운 몸짓과 종종거리는 걸은걸이, 건강 진단과 치료 외에는 그 어떤 기능도 없지만 이 로봇이 <빅히어로>의 주인공이다.

 

이 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아이디어 발표회에서 히로는 생각대로 움직이는 '마이크로봇'을 선보인다. 뛰어난 재능에 모든 이들이 감탄하지만 의문의 화재로 히로의 발명품은 사라지고 형 테디 역시 폭발과 함께 모습을 감춘다.1 이 화재가 누군가 고의로 일으킨 사고임을 알아챈 히로는 특유의 천재성으로 '베이맥스'를 전투로봇으로 개량시키고, 테디의 연구실 동료 4인방을 히어로로 변신시킨다. 드디어 '빅히어로 6'가 탄생했다. 이제 이들은 방화범을 잡기 위해 히로의 '마이크로봇'으로 무장한 의문의 가면과 한판 대결을 펼친다.

 

스토리로는 평범한 히어로물이지만 천재적인 재능으로 만들어진 히어로라는 점에서 아이언맨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이점부터가 국내팬의 입맛에 딱 맞는다. <아이언맨>시리즈가 다른 히어로물보다 늘 좋은 성과를 얻는 걸 생각해보자. 배경이 색다른 것도 볼거리를 풍부하게 한다. 왜색 논란이 있지만, 미국과 일본이 버무려진 가상의 도시는 미국의 재팬타운을 연상시킨다. 일본 특유의 전차라던지 벚꽃이 과하게 피어있기는 하지만 이 독특한 배경이 익숙한 미국의 도시들보다 더 이국적인 볼거리를 연출한다. 물론 곳곳에 숨어있는 욱일승천기는 문제지만, 전체적인 일본풍이 독특한 색깔을 보여주는게 사실이다. 주인공 히로 역시 Hero의 일본식 발음이 아니던가.2 이걸 궂이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가 있을까. 배경 외에도 비행씬, 전투씬 하나하나가 예쁘고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쉬하며 유쾌하다. 어느 장면 하나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다. 심지어 그냥 방안이나 창고까지도 매혹적인 공간에 멋진 연출이 뒤따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재팬타운과 영화의 무대

 

무작정 악에 대항하는 히어로도 아니고 배트맨처럼 정의에 불타오르지도 않는다. 스파이더맨의 인간과 히어로 사이에서 고뇌하지도 않고 이 여섯명, 아니 다섯명과 한대의 로봇은 유쾌하면서도 서로를 위해서만 싸워나간다. 가면악당 역시 알고보면 피해자라는 선-선 설정은 부담없게 이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준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늘 그렇듯, 로봇 '베어맥스'는 귀여울 뿐 아니라 입력된 프로그램대로만 행동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프로그램상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 로봇에게 인간적인 감정을 투영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리얼스틸>보다도 진일보한 모습이다. 이후 <빅히어로6>라는 속편이 나온다고 하니 엄청 기대된다. 제목으로 볼 때 조연에 그쳤던 다른 히어로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공룡 히어로 프레드의 멋진 모습이 가장 기대된다. 심지어 얘는 엄청난 부자이기까지 하다.

 

 

 

왼쪽 위부터 '히로 아르마다', '베이맥스', '와사비', '고고', '프레드', '하니'다.

이들 모두 우수한 과학자들이다. 프레드만 빼고...그래도 넌 부자잖아..

 

PS. 베이맥스같은 건강도우미 로봇이 출시된다면 집을 팔아서라도 살테닷!!

PS2. 여성 캐릭터인 '고고'는 배두나를 모델로 했다는데 글쎄..

 


빅 히어로 (2015)

Big Hero 6 
7.9
감독
돈 할, 크리스 윌리엄스
출연
다니엘 헤니, 라이언 포터, 스캇 애짓, 제이미 정, T.J. 밀러
정보
애니메이션, 액션, 코미디 | 미국 | 108 분 | 2015-01-21
글쓴이 평점  

  1. 왠지 죽지 않고 속편에 등장할 것만 같다. [본문으로]
  2. H2 시리즈의 주인공 역시 히로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