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음
예술은 원래 극한에서 나오는 걸까? 이 영화는 ‘갈구는’ 지도자와 ‘빡친’ 드러머의 맞대결이자 성장을 담은 드라마다. 이런 류의 영화에서 보여주는 뜨거운 감동, 눈물어린 드라마 따위는 없다. 관객은 영화 내내 직장상사, 군대고참에게 갈굼 당하는 압박감을 그대로 버텨내야 하는데 이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플래쳐의 속마음을 종잡을 수 없다는게 더 스트레스다. 자기위안을 할 수 없게 만든달까.
보통의 재능1과 꿈을 가지고 있는 재즈드러머 앤드류는 미국 최고의 음악학교 셰퍼드의 신입생이다. 여기는 일종의 1부, 2부 밴드로 구분되어 있는데 1부 밴드가 폭군인 플래쳐가 지도하는 그룹이다. 여기에 보조 드러머로 발탁된 앤드류는 플래쳐의 도를 넘어서는 갈굼2을 받고 노력을 더해 메인 드러머의 자리를 꿰찬다. 단순히 이 두 줄로 꿰찼다고 표현하기는 하지만 그 과정이 보통이 아니다. 박자에 맞춰 따귀를 맞는가 하면 집 나간 어머니에 대한 욕도 감내해야 한다. 손바닥에 피나도록3 연습해야 겨우 메인 자리에 남아 있을 뿐 아니라 뭐가 조금만 수틀려도 10시간씩 경쟁을 해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얻는건 뭐냐고? 유명세, 최고의 자리, 링컨 센터에 들어가 수석 연주자가 되는 길이 열려있다.
앤드류가 성공을 열망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음악이 좋아서라는 대답은 만화에서나 찾을 수 있다. 앤드류는 자기의 드럼을 인정하지 않는 가족들과 대립하고 있다. 유일하게 아버지와는 오픈 마인드로 소통하고는 있지만 인정과는 다른 문제다. 그의 형들은 미식축구, 교사로 정상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고 음악을 하고 있는 앤드류만 꿈을 좆는 이상주의자로 비춰진다. 스스로의 정당성을 세우기 위해 앤드류는 플래쳐의 밴드 메인 드러머의 자리를 놓칠 수 없다.
교통사고 당한 몸으로 공연장에 나타날 정도로 그 자리에 집착하지만 결국 앤드류는 잘린다. 이어 학교측의 진상조사4를 통해 플래쳐 역시 학교에서 퇴출당한다.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플래쳐와 앤드류. 플래쳐는 자기 방식에 대한 회한과 정당성을 앤드류에게 얘기하고 앤드류는 플래쳐와 다시 무대에 선다. 그리고 카네기 홀에서 엄청난 마지막 장면이 펼쳐진다.
“쥐새끼 같은 놈.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이어지는 압박, 버벅거리는 연주. 쓸쓸한 퇴장.
분노. 드디어 대폭발
앤드류는 그렇게 폭발하고 드럼을 넘어서 연주 자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낸다. 이 때 플래쳐의 얼굴이 인상적이다. 입 부분을 가려서 정확한 표정을 알 수는 없게 만들어 놓았지만 분명 눈은 웃고 있다. 입을 가린 건 더 이상 할말이 없다는 뜻인가. 재즈에 대해서, 드럼에 대해서, 음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마지막 장면의 연주가 끝나고 나서 크레딧이 뜰 때 드디어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스트레스가 드디어 끝났구나. 앤드류는 더 이상 뜨기 위해 연주하지 않을 꺼다. 플래쳐는 앤드류를 무시하지 못할 거고.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앤드류. Good Job!!
PS. 앤드류를 각성시킨 플래쳐는 좋은 지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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