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나의 한국현대사] 대한민국의 광장은 완성되지 않았다.

슬슬살살 2015. 3. 26. 22:58

◆ '유시민의' 한국현대사
제목에 주목하자. 그냥 한국현대사가 아니라 '나의' 한국현대사'다. 역사적 팩트는 하나이겠지만 역사는 주관적이다. 역사는 보는 관점에 따라, 남아있는 사료에 따라, 경험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특히나 우리나라 처럼 근대사 자체가 짧은 나라의 경우에는 이해당사자가 아직까지 얽혀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사실 바라보기라는게 불가능하다. 사람에 따라, 소속된 집단에 따라 역사를 바라보는 눈은 다를 수밖에 없다. 풍요로운 집안에서 80년도를 보낸 이에게는 80년대가 풍요롭과 아늑한 추억인 것이고, 80년 광주에 있었던 이들에게는 지옥같은 기억일 수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이 현재까지도 보수와 진보의 역사관과 미래지향점을 다르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평가가 갈린다.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이자 옛 정치인인 유시민이 바라보는 현대사는 보수의 시각을 가진 이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고 본인 스스로도 이 부분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나의' 한국현대사인 것이다.

 

◆ 광장에서 바라본 한켠의 난민촌
대한민국은 3단계로 발전했다. 난민촌에서 병영으로, 병영에서 광장으로. 난민촌인 시절은 무질서와 가난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출연 전까지 대한민국은 난민촌이었다. 민주주의는 커녕 당장 먹을 것이 없는 가난한 난민촌. 자유의지에 앞서 음식을 구해야만 했던 대한민국이 5,60년대의 한국이다. 4.19 의거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피워 올렸지만, 박정희의 쿠데타는 대한민국을 병영으로 만들었다. 독재임에는 똑같지만, 효율적인 산업시대가 된 것이다. 그 때 만들어진 국기에 대한 맹세는 다음과 같다. '나는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이 맹세가 당시의 대한민국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가가 먼저였다. 개인의 역할은 몸과 마음을 바쳐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 했던 것이다. 산업화 이후 경제적으로 발전한 후에 시민의식은 더욱 성숙했다. 박정희의 독재는 이제 종언을 맞이할 때인 것이다. 5.16과 10월 유신을 거쳐 전두환에게 다시 독재의 릴레이가 이어졌다. 6월 민주항쟁에서 드디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 비록 전두환의 후계자인 노태우의 집권으로 출발한 민주주의지만 대한민국은 광장으로 가는 첫발을 떼었다.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을 거쳐 현재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도 독재를 다시 시도하거나 시도할 생각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광장인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북한과 국가보안법. 국가의 폭주가 유일하게 허락되는 곳이다.

 

◆ 혁명위에 세워진 대한민국
유시민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은 혁명의 역사로 만들어진 나라다. 시민이 주체가 된 혁명은 대한민국을 단계단계 끌어 올렸다. 실패한 적이 더 많았지만 그 하나하나가 의미 없는 혁명이 없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력 정치인들의 젊은 모습도 이 혁명들 곳곳에 숨어 있다. 4대강과 자원외교로 말이 많은 이명박 전대통령 역시 20대 때에는 박정희 정부와 투쟁했던 열혈 청년이었다. 이재오, 손학교가 함께 했다. 80년 5월 전두환의 쿠테타 소식에 행진했던 수만의 대학생들이 있었고 서울역에서 회군할 때 쌍욕을 내뱉던 아가씨가 심상정이었다. 경기지사 김문수 역시 당시에는 서노련을 이끌던 돌격대장이었다. 한마디로 우리 정치를 이끌고 있던 이들 대다수가 당시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앞장서던 이들임에는 확실한 것이다. 현재의 도덕성, 가치관은 뒤로 재껴두고라도 말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은 혁명으로 만들어진 역사 위에 서 있다. 그 혁명의 단계단계가 너무 짧다는 점이 시민의식과 정치의식 사이에 시간차를 만들고 있을 뿐.

 

◆ 이 책의 의미
보수와 진보가 지금처럼 갈기갈기 찢긴 시대가 있었을까. 지역별로, 세대별로 이념으로 찢어진 세대는 서로를 비방하는 걸 넘어 전쟁에 가까운 상황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진보는 종북으로 몰리고 보수는 실종되어 버린 모양새다. 그 중심에 일베가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오늘 기사에 보니 일베에 중독된 학생들이 특정 지역, 특정학교를 비하하는 표현을 쓰고 이걸 하나의 문화로 향유하고 있다고 한다. 4.19를 폭동이라고 하는 학생이 있다고도 한다. 적어도 그 학생이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일베가 문제가 아니다. 일베가 탄생한 이면에는 국가를 지역별, 세대별로 갈기갈기 찢어 분열시킨 장본인들이 있다. 그들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공로자이긴 하지만, 정권창출 과정에서 이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적어도 이 책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 것을 판단할 수 있게 해 준다. 아직 대한민국의 광장은 완성되지 않았다.

 

 


나의 한국현대사

저자
유시민 지음
출판사
돌베개 | 2014-07-10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유시민이 보고 겪고 느낀 우리 현대사 55년의 이야기나는 냉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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