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어제까지의 세계] 전통사회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

슬슬살살 2015. 4. 18. 21:48

제래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총, 균, 쇠'에서 인류의 문화와 역사적인 불평등이 환경적, 지리적 요소로 인해 결정되었음을 증명했다. 이 책의 후속작이었던 '문명의 충돌' 역시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어제까지의 세계>가 문명 시리즈를 마무리 지었다. 이 전까지 문명간의 차이와 이유를 밝혔다면 이번에는 전통사회에서 배울 꺼리들을 찾아본다. 여기서 말하는 전통사회란 국가 이전의 부족 단위 수준의 사회를 의미한다. 우리가 볼 때 야만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이런 사회에서 배울 수 있는게 도대체 무얼까.

 

가장 먼저 다루는 주제는 다툼과 분쟁이다. 전쟁까지를 포괄하는 이 개념에서 전통사회는 우리의 법 개념과는 다른 접근을 보인다. 이들의 분쟁 해결은 공동체적이고 관계의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A가 B를 다치게 하면 A의 가족 또는 부족이 B의 가족 또는 부족에게 보상을 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A의 잘못을 줄이려는 노력 보다는 B와 그의 부족의 마음을 빨리 풀게 하는게 훨씬 중요한데, A가 언제든지 B의 가족들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개인에게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보상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두번째 개념은 어린아이와 노인이다. 양육법을 비롯해 놀이문화까지 전통사회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개념이 많다. 노인의 경우에는 오늘날이 훨씬 나아 보이지만, 외로움 속에서 죽어가는 노인을 생각하면 특별히 나아진 것 도 없다. 물론 전통사회에는 고려장과 같은 악습이 있는 곳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노인을 공경하는게 원칙이다. 이건 기근하고도 연관이 있는데 특별히 식량을 구할 수 없는 해. 기근, 폭설, 해일 등 자연재해가 있을 때 노인의 힘은 드러난다. 전통사회의 구성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거다. 그 외에도 작은 징후 조차 놓치지 않는 편집증(전통사회에서는 조금의 부주의가 죽음으로 이어진다), 종교를 바라보는 관점, 이중언어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억나는 전통사회의 지혜는 경작이다. 농업을 하는 전통사회의 경우 밭을 여러군데 경작한다. 그 밭들을 오가는 시간도 낭비하고 수확량도 훨씬 적다. 10평짜리 10개의 밭을 경작하는 것보다 100평짜리 밭 1개의 수확이 훨씬 유리한 얘기다. 수학, 통계학, 농업학 모두를 들여다 봐도 전자가 유리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10평씩 10개를 경작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생존이다. 일종의 위험분산인데, 100평 짜리 밭에서 110의 식량을 거둘수는 있겠지만 가뭄으로 10밖에 못 얻을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그 밭의 주인은 죽을 수도 있다. 10개의 밭에서 안정적으로 60이 생산되는 게 생존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전통사회는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판단들을 내린다.

 

이 책은 무조건 전통을 보존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전통적인 사회가 우리 인식처럼 미개한 사회가 아니며 사회 발전에 따라 없어졌던 가치들을 다시 되살려 현대의 삶에 접목시킬 때 유의미한 가치들이 더 많이 생겨날 거라는 주장이다. 읽다 보면 이 주장 뿐 아니라 전통사회 자체가 가까와 졌음을 느낄 것이다.

 

 


어제까지의 세계

저자
#{for:author::2}, 어제까지의 세계#{/for:author}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13-05-09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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