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어두운 별] 한국의 막장드라마 요소가 모두 모인 할리퀸 로맨스

슬슬살살 2015. 5. 8. 16:36

오랜만에 고전 할리퀸 소설을 읽었다. 8~90년대 별다른 읽을꺼리가 없던 시절 여고생들이 읽던 달달한 로맨틱 소설중 하나다. 미국에서는 69년에 발표됐지만 국내에 조악한 번역판이라도 들어온 건 90년대 이후. 비서를 직업으로 하고 있는 주인공이 타이프나 편지에 주 업무를 할애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헛웃음이 나기도 한다. 지금에 와서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그런 걸 읽는 그 자체로 어린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랄까. 무명작가 네이나 힐리아드의 작품이다.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전개다. 4자매의 맏이인 주인공 리, 완벽주의에 차가운 인상을 지닌 리의 상사 루이스의 등장은 지금의 통속드라마와 다르지 않다. 허영심과 질투 가득한 유명 여배우 스텔라가 재미삼아 리의 약혼자 브루스를 유혹하는데에까지 이르면 어디서 많이 본 듯 한 전개라는 생각이 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얘기를 좋아하는 건 똑 같나보다. 결론부터 보자면 루이스가 유산상속을 받기 위해 리에게 계약결혼을 제안하고 스텔라와 브루스의 관계를 눈치챈 리가 이에 응했다가 둘이 진정한 사랑에 빠진다는 뻔~한 이야기 구조다. 물론 후반부 브루스를 버리고 루이스를 유혹하는 스텔라의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임팩트 있는 전개는 아니다.

 

제목이 <어두운 별>은 악역인 스텔라를 가르킨다. 여자의 이름인 Stella가 세례명으로는 '별'을 뜻하기도 하고 유명 스타인 스텔라의 직업을 가르키기도 한다. 실제로 작중에서 가족들이 질투심 많은 스텔라를 <어두운 별>이라 부른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하고 '리'의 점을 보아준 점쟁이가 '어두운 별'을 조심하라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당신의 인생에는 어두운 별이 있군요. 그 별이 사라지지 않는 한 태양이 떠올라서 영원한 행복을 찾아낼 수는 없어요"

 

유치 뽕짝인 막장 전개가 지금 한국의 드라마 대부분에도 적용되고 있음을 생각하면 앞서나간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읽어나가면서 재미있는 설정들이 몇가지 눈에 띈다. 대표적인게 머리카락 색에 대한 집착이다. 새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외형 묘사를 빼놓지 않고 있는데 유난히 머리카락에 집착한다. 청동색이니, 금발이니, 에메랄드 색이니.. 우리나라의 작품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경향이다. 스페인 출신의 귀족스러운 남자 주인공과 그의 대저택 카라스트라노는 서양문화권에서 어떤 요소들이 환타지를 일으키는지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언제나 유서깊은 고저택은 로망이 될 수밖에 없나보다.

 

 


어두운 별(다이아나로맨스 17)

저자
네이나 힐리아드 지음
출판사
예조사 | 1990-01-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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