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중국 레스토랑의 정사] 에로티시즘과 외설의 경계선에서

슬슬살살 2015. 5. 29. 16:12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짧은 단편이다. 이탈리아의 작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 작품은 예술과 외설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오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마광수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마광수의 작품이 환상적인 공상, 에로티시즘에 가깝다면 그보다는 더 인간 내면의 섹슈얼리티적인 욕망을 날 것 그대로 바라보는 느낌이다. 둘 다 감추고 싶은 욕망을 적나라하게 바라본다는 점에서는 동일 선상에 있다.

 

남자주인공인 도도가 자신을 차버린 연인 실비아와 중국레스토랑에서 만나 나누는 대화가 전부인 짧은 소설이다. 여자는 도도를 떠나는 이유로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핑계를 대지만 도도는 이를 믿을 수 없다. 본격적인 문제는 도도의 시선. 사랑을 나눌 때 자신을 쳐다보는 도도의 시선이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도도는 실비아를 관찰한다. 사랑하기 전에도, 사랑을 나눌 때에도. 정사 속에서 그녀가 무표정하기를 원하고 그 무표정을 감상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도도. 감정을 억압하는 여인에게서 성적인 절정을 느끼는 남자인 것이다. 최종적인 이별에 앞서 도도는 실비아를 바라본다.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그만의 방식으로 무표정한 표정을 관찰한다. 이것이야 말로 도도식의 정사고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중국 레스토랑의 정사>인 것이다.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지 않으면서도 에로티시즘을 구현하는 대목이 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