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초아] 나를 뛰어 넘어 지켜야 할 것. 그게 민족주의는 아니겠지..

슬슬살살 2015. 6. 8. 22:23

역사적으로 좌익, 흔히 말하는 빨갱이보다 위험했던건 극우주의자,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극우주의자였다. 공산주의는 비단 체제 자체의 위협이었지만, 극우민족주의는 세계적인 전쟁을 불러왔다. 히틀러가 그랬고, 이스라엘의 시오니즘이 그랬도 최근에는 IS가 그러하다. 그 기반이 종교든, 우생학이건 말이다. <초아>는 기본적으로 민족주의 감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다.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건 근거 없는 민족적 우월의식과 일본에 대한 끝나지 않는 증오 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읽을 때 무협지 처럼의 대리만족, 마초이즘에 뿌리를 둔 뿌듯함을 느끼는 것엔 일말의 죄의식이 들 정도다.

 

<초아>. 나를 뛰어 넘는다는 뜻이다는 뜻의 이 소설은 명성황후의 시해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소설적인 설정이 하나 숨어 있는데 일본으로서는 반드시 찾아야 할 무엇. 우리로서는 지켜야 할 무엇이 있다는 설정이다. 당연히 명성황후는 이를 밝히지 않고 죽음을 맞이했다. 세월이 흘러 현재. 독도 문제로 매일 일본과 각을 세우고 있는 한국이 배경이다. 역사의식을 가장한 반일감정을 가진 아버지의 죽음으로 주인공 대범이 어떠한 비밀스러운 일을 물려 받는다. 요약하면 무언가 중요한 것을 지키는 가문이 한민족 대대로 있었으며 그것이 대범에게 이어진 것.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지나간 세대도 있었지만 대범 세대에 이르러 일본의 마수가 뻗쳐와 이를 옮겨야 할 일이 생긴다. 과연 이들이 지키고자 하는 건 무얼까.

 

이들이 지키고자 한 건 역사다. 과거에는 정도령이라 불렸던 이것. 그건, 한민족이 대대로 기록해 온 정사다.
그리고 단군은 역사를 기록하도록 지시했다. 역사란 한쪽 날개는 진실에, 다른 한쪽 날개는 거짓에 바탕을 둔 야누스 같은 존재여서 언제나 승리한 자와 강자가 자신들에게 적합하도록 고치고 왜곡하게 마련이다. 그것은 지구상에 인류의 기록이 시작된 후로 끝없이 반복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단군은 이미 그런 사람들의 작태를 충분히 보았다. 그는 권력을 잡은 자들이 선조들의 업적을 가로채고, 아예 없애거나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변형하는 것을 심히 경멸했다. 단군 왕검은 진정한 역사란 그것이 옳은 일이건 그른 일이건 있는 그대로 객관적인 기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세운 고조선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알 수 없으나 그 기록이 정직하기를 원했다. 단군은 이런 자신의 뜻을 밝히고, 건국을 함께 주도했던 가장 신뢰하는 한 부족에게 명하여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하게 했다. 그들에게 주어진 명령은, 주관적인 생각을 배제하고 어떠한 압력도 받지 않은 채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일이었다. 그들은 부족 내의 소수 집단을 형성하여 단군의 뜻을 실행에 옮겼다.

 

이게 대범이 지키고자 하는 본질이다. 어떤 한 가문이 고대로부터 공정하게 이어왔다는 역사. 단군의 유지를 받든 진실된 역사. 여기서부터 모순이 생긴다. 과연 그들은 객관적일 수 있는가와, 그 오랜 시절 동안 변질, 모순, 오류 없이 기록할 수가 있는건가. 그 가문에 5천년간 또라이 하나 나오지 않을 수 있는건가 하는 의문들.. 그것들은 차치하고 나서 그렇게 기록한 역사가 진짜 공정한가 하는 의문까지... 여기에 역사를 기록하는 가문과 그의 수호가문 세개가 5천년을 이어오며 이를 지켜왔다는 이야기. 그 기록물이 정도령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속에 존재했다는 식의 설정은 유치함을 더한다. 적당히 말같지 않아야지...

 

소설은 단군왕검으로 출발해, 역사속 실제 사건들이 이를 지키고자 했다는 허구를 곁들여 반 강제적인 민족주의 이입을 시도한다. 주변국은 올바른 역사를 반대하는 승냥이떼로 만들고, 우리에겐 희생양 코스프레를 뒤집어 씌운다.

 

이런 소설이 민족주의적 감성을 간질여 선민의식을 고취할 수는 있겠지만 한낱 도움되지 않는다.  그냥 무협지 수준의 재미를 목적으로 후욱 읽어 본다면 좋겠지만 그 이상은 행간에서 찾지 말자. 올바른 세상을 바라보는 데 하등 도움되지 않는다. 그래도 무협지 수준의 재미는 보증한다.

 

 


초아(나를 뛰어 넘는다)

저자
김영범 지음
출판사
X대산출판사(+대산미디어) | 2007-1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일본은 아시아 점령을 꿈꾸며 조선을 그 전초기지로 삼으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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