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사회들의 세금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사회현상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제목만 봐서는 딱딱할 것 같지만 수많은 사례들을 알기 쉽게 풀어냈고, 대중적인 접근 방식으로 쉽게 읽히는 게 장점이다. 세금은 현재 우리 삶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저자의 성향을 알고 읽는게 큰 도움이 된다. 세금에 대한 관점은 이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글의 흐름을 볼 때 저자인 전태영 교수는 신자유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글 곳곳에 적은 세금, 자유로운 경쟁과 시장의 완전 개방에 대한 호의가 느껴진다. 세금이 줄어야 기업이 살고, 기업이 살아야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온다는 낙수효과의 신봉자라 할 수 있겠다. 때문에 거부감이 느껴지는 단정적인 표현들도 눈에 띄기는 하지만 일방통행은 아니니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만약 독자가 생각이 다르더라도 충분히 자기의 생각과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다.
고대의 토지세부터 근대의 직간접세까지 시기별, 국가별로 사례를 들어 볼 수 있는데 가장 재밌는 건 세금을 걷는 방식이다. 우리가 현재처럼 세금을 내는 방식이 도입된 건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전자상거래는 커녕 은행도 없던 시절, 세금을 걷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일이었는데 과거의 사람들은 이를 쉽게 해결했다. 세금을 국가가 직접 걷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걷을 수 있는 권리를 파는 개념이다. 따라서 세금관리란 개념은 없고 징수원만이 있는 시스템인데 이 체제는 중세까지 유지가 된다. 영지에서 세금을 걷는 일은 징수원이거나 영주였고 왕은 다시 그들에게 받는 형식인 것이다. 중세에는 왕에 대한 충성심으로 무장한 영주들이 있을 거라는 낭만주의 관점이 존재하는데 그걸 확 깨버릴 다음과 같은 기록도 존재한다.
중세, 왕은 노르망디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군사원정을 반복했는데, 그 일에는 많은 돈이 필요했다. 이런 일들로 돈에 시달리던 존은 남작회의의 승인 없이 기사들에게 3마르크씩의 세금을 부과했는데 이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그가 귀족들을 접견했으나 귀족들은 고집스럽게 세금납부를 거절했다.
아즈텍 멸망에 관한 새로운 시각도 제시한다. 흔히 질병이 아즈텍을 멸망시켰다고들 알고 있다. 역사나 인류학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고 있는 상식인데 저자는 세금이라는 새로운 원인을 제시한다. 원래 아즈텍의 황제는 코르테스에게 선물을 줘서 돌려 보내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코르테스가 아즈텍의 세금에 불만을 품은 인디언 다섯명과 만나서 이들과 함께 아즈텍의 세금관원을 체포하고 함께 아즈텍을 쳤다고 한다. 과도한 세금에 눌린 시민이 외부의 적과 만나 정권을 붕괴시킨 얘기다. 원래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봉기, 쿠데타는 세금에서부터 출발한다.
우리가 보는 신문의 크기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 신문이란게 그냥 보기에는 분명히 큰 사이즈인데 왜 그렇게 불편한 크기가 되었을까. 그것 역시 세금과도 관계가 있다. 19세기 중반 영국은 언론의 억압을 위해 신문에 지식세를 과세했는데 이게 페이지 수에 따라 과세되었다고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사이즈를 키우다 보니 현재의 크기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아하. 이제야 신문의 불편한 사이즈가 이해가 간다.
세금은 직접세와 간접세로 나뉜다. 당연히 직접세가 높은 사회가 투명하며 빈부격차가 적은 사회다. 하지만 과거에는 걷기 편하다는 이유로 간접세가 선호되었는데 이 두 세금의 차이를 설명한 문장이 있다. 글래드스턴의 언급이다.
"나는 직접세와 간접세를 사교계에 소개된 두 명의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들은 모두 훌륭한 부모를 두었고, 다만 한 사람은 용모가 밝고 한 사람은 약간 어두운 색이며, 둘 다 매너가 졸고, 한 사람은 보다 자유롭고 개방되어 있으며 다른 이는 약간 수줍고 은근하다. 따라서 나는 직접세와 간접세에 대하여 전혀 편견이 없다. "
이 이야기에서 저자는 글래드스턴이 결국 모든 세금을 줄였고 그럼에도 양성화 된 세금으로 세수가 증대했다고 한다고 하지만, 이건 저자의 생각이 많이 담긴 내용이다. 최근 복지국가론에서는 높은 세금과 높은 복지로 성공하는 나라들도 존재 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평등한 세금.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고 사회보장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세금. 부의 재분배 기능을 수행하는 세금이 가장 올바른 세금이다. 결론적으로 적은 세금이 능사인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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