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골렘] 고전적 서술트릭의 원조

슬슬살살 2015. 6. 15. 17:47

미국의 SF작가 아브라함 데이비슨의 짧은 단편이다. 10여분이면 완독할 수 있는 이 글은 단편SF의 정석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시골 마을, 부부 노인이 함께 집 앞에서 기이한 장면을 목격한다. 꼭 로봇처럼 부자연스럽게 걷는 사람이 집 앞까지 걸어와서는 태연히 앉는 것. 노인들은 경우없는 일이라며 시골노인 특유의 잔소리를 내뱉는다.


"꼭 골렘 같이 걷는 구만"


첫번째 반전은 이 사람이 진짜 골렘이라는 점. 인간들을 파멸시키기 위해 온 골렘에게 잔소리라니..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부조화스러운 장면이다. 두번째 반전에서 독자들은 깜짝 놀라는데, 이 노인들이 살고 있는 소설 속 세계 자체가 골렘이 이미 활성화 된 곳이라는 점이다. 화가 난 노인은 이 사내를 밀치게 되고 머리를 부딪혀 움직이지 않는 사내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거봐, 내가 골렘이라고 했잖아"


심지어 이마에 어떤 주술적인 기호를 새겨 넣어 결국 농사일을 거들게 한다는 코믹 SF다. 독자에게 너무나 당연한 정보를 주고 그 당연함을 비틀어 놀라움을 일으키는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현대 소설에서도 이런 모티브는 많이 차용되고 있는데 이를 서술 트릭이라 한다. 가령, <식스 센스>에서는 관람객이 본 것이 모두 사실이지만 아이뿐 아니라 주인공이 유령이었다는 반전은 기존에 주어진 정보의 서술이 달랐음을 후반부에 알려주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