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퍼시픽 림] 드라마 없는 로봇은 아무리 커도 실패다

슬슬살살 2015. 10. 1. 13:51

인간형 거대 로봇이 소년의 로망이라지만 메칸더V 이후 인간이 직접 조종한다는 로봇이 비현실적이란 생각이 들면서 시들해졌다.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아마도 밀리터리물을 접하면서였는데 핵 한방이면 끝나는 세상에 로봇들의 부딪힘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시니컬한 생각도 한몫 했다. 반면 거대 괴수물인 고질라나 인간과 로봇의 결합체인 아이언맨은 지금도 즐기고 있는데 거대 괴물은 적이기 때문에, 아이언맨은 인간의 연장선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한마디로 적이 비현실적인 건 용납할 수 있지만 우리 편은 인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어느날 갑자기 지구를 공격하는 거대 괴수 카이저
퍼시픽 림의 세계관에서의 주적은 외계에서 온 카이저. 어느날 갑자기 지구에 출몰한 카이저들은 일정한 주기마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출현, 해안가에 있는 도시들을 공격한다. 최초 몇차례 공격은 막대한 피해와 함께 어찌어찌 막아내었으나 점차 카이저가 거대해 짐에 따라 다른 방식의 방어무기가 필요하게 되었고 그 결과물이 예거라 불리우는 거대 로봇이다. 핵을 때려 박으면 되지 않겠냐라는 생각도 있겠지만 핵무기라는게 인간들에게도 해로운데다 광역화된 무기이기 때문에 개채 단위로 움직이는 카이저에게는 큰 효력이 없다. 재래식 무기들은 무력한 가운데 직접 육탄전을 할 수 있는 로봇이 가장 적합하다.

 

 

 

예거의 도입 이후 몇년간은 카이저를 방어할 수 있게 되었지만 점차 카이저의 출몰시기가 빨라지고 더 거대해지기 시작한다. 지구연합은 예거를 포기하고 해안방어벽을 치는 것으로 방어전략을 변경한다. 그러나 시드니에 출몰한 카이저가 해안방벽을 돌파하자 지구연합은 다시 예거들을 소집해 대 반격에 나서고 이 중심에는 5년 전 카이저와의 전투에서 형을 잃고 은퇴한 예거 조종사 롤리가 있다.

 

드래프트로 예거와 정신이 연결되는 파일럿
예거는 좌뇌와 우뇌의 역할을 할 두명의 파일럿이 필요하다. 이들은 드래프트라는 기술을 통해 예거와 정신적으로 강하게 연결되어 유연한 전투가 가능하지만 예거에 가해지는 충격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카이저를 연구하는 뉴튼이 이 기술을 통해 카이저의 뇌와 드래프트를 시도하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카이저는 경계선(일종의 블랙홀, 태평양과 외계 어느 곳을 잇고 있다)을 통해 지구로 투입되고 있으며 일종의 행성 사냥꾼들이다. 원래 공룡시대에도 지구에 왔었지만 대기환경이 적합치 않아 돌아갔다가 금세기 다시 공격을 개시한 것. 경계선은 카이저의 DNA를 인식해서 통과시키기 때문에 인간은 거꾸로 저쪽 행성을 공격할 수가 없다. 앞서 출몰한 카이저(크기에 따라 등급을 나눈다. 현재까지는 4등급까지만 출현한 상황)들은 일종의 사냥개 수준이고 어느정도 인간의 전력이 파악되면 대규모 공격을 퍼부을 예정이다.

 

적을 알았으면 반격이다
적의 정체를 알게 된 지구. 반격 방법은 간단하다. 어찌 됐건 핵을 저쪽 행성으로 퍼부으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동하냐인데, 롤라와 동료들은 카이저와의 전투를 통해 그들을 밀어붙여 함께 이동할 계획을 세운다. 최종반격. 거대 카이저 두마리가 동시에 나타나자 전력을 다해 이들을 밀어 붙이고 경계선을 건너는데 성공한다. 핵을 던져 넣고 지구로 탈출하는데까지 성공한다(근데 탈출선은 카이저의 DNA가 없는데 어떻게 귀환한거지?)

 

로봇과의 전투는 박력있지만 몰입은 글쎄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엄청난 CG물량을 퍼부었다. 그러다보니 인지도 높은 배우들을 쓰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로봇물인데도 불구하고 연기력 논란이 일어났다. 영화 댓글들을 보면 극과 극을 달리는데 거대 괴수간의 강한 부딪힘은 볼만했지만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사실 훌륭한 CG와 함께 촘촘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대형 SF가 많은 요즘 이런 수준의 영화가 먹히기는 쉽지 않다. 훨씬 연령을 낮춰서 좀 더 가볍게 만들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특히 로봇류의 경우 인간과의 유대감이 엄청나게 중요한데 퍼시픽림에서는 이런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도 실패의 원인이다. '빅히어로6'나 '리얼스틸'을 떠올려보자.

 

TV판으로 볼 때는 CG의 박력도 확 줄어서 드라마를 주로 보게 되는데 이부분이 워낙 약했던지라... 해외에서도 성적은 기대 이하여서 얼마전 속편 제작이 무기한 중단된다는 기사들이 돌아다녔다. 한국 예거도 등장시킬 예정이었다는데 좀 아쉽다.

 

 


퍼시픽 림 (2013)

Pacific Rim 
6.6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
출연
찰리 헌냄, 이드리스 엘바, 키쿠치 린코, 찰리 데이, 로버트 카진스키
정보
SF | 미국 | 131 분 | 201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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