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포세이돈] 드라마 빠진 재난. 재난의 연속.

슬슬살살 2015. 11. 25. 14:07

재난이 닥친다. 힘을 모아 탈출한다. 몇몇이 희생되고 그 안에서 가족간의 사랑도 확인하고 어떤 이들은 사랑이 싹튼다. 죽음을 맞는 자세도 가지가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이, 남을 위해 고귀한 희생을 하는 이, 혼자 살겠다고 난리 치는이... 대다수 재난영화의 공통점이며 이 영화 역시 다른 점이 없다.

 

속칭 재난물로 구분되는 장르의 영화는 특성상 스토리에 대단한 변화를 주기가 어렵다. 얼마나 압도적인 CG를 구현해 냈는가. 주인공들의 탈출여정에 담긴 휴머니즘 정도, 그 여정에 따르는 액션과 희생이 차별화 요소라 할 수 있는데 이 영화는 절반 정도의 성공을 가져갔다. 당연히 50%는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스케일. 무대가 될 비운의 '포세이돈'은 규모와 CG 모두 만족할 만 하다. 대다수의 관객이 <타이타닉>으로 눈이 높아졌음에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사이즈의 규모다. CG역시 괴리 없이 녹아 들었으며 특히 뒤집힌 배의 표현은 꽤나 디테일하다. 일차적인 재난 뒤에 따라 붙는 2차재난, 예를 들면 누전이나 화재, 누수 등도 나름 합리적인 수준으로 재현해 냈으며 수준도 높다. 한 마디로 볼 만 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은 편이어서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에는 무탈한 영화다. 그러나 거기까지. 볼만한 수준을 뛰어넘는 한방이 부족하다. 팀을 이뤄 탈출하는 주인공들의 장애물 넘기가 너무나 구태의연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타워>가 보여 줬던 인간군상, 상상을 뛰어넘는 난관은 없고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액션이 이뤄진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예능프로의 장애물 뛰어넘기 이상을 넘어가지 못한다. 관람연령을 낮추기 위해서인지 표현 수위가 낮은 것도 한계다.

 

특히나 등장인물들이 모두 존엄하기 그지 없어 자신만 살겠다고 나서는 인간들 하나 보여주지 않아서 영화를 너무 단조롭게 만들었다. 고작 일탈하는 정도가 마시지 말라는 술 마시고 개별행동하는 정도라니. 실제 상황이라면 아비규환이 따로 없을텐데 너무나 일차원적인 그림이다. 한마디로 '드라마가 없다'.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영화의 한계를 보여 준 좋은 예.

 

궂이 찾아볼 정도 수준은 안되고 TV에서 틀어주면 시간때우기로 좋은 정도의 영화다. 72년작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리베이크 버전이라는데 전작 평이 상당히 좋다. 시간 날 때 원작을 보는것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