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즈 러너>가 이유 없는 달리기로 시작해 비밀집단 위키드의 등장으로 끝마쳤다면 속편인 <스코치 트라이얼>은 그 이유를 조금씩 구체화 시킨다. 여전히 달리는 게 메인이기는 하지만 목표와 이유가 나온 이상 전체적인 그림이 슬슬 들어 온다. <메이즈 러너>가 티저였다면 이번 <스코치 트라이얼>이 본편이다.
대형 미로를 탈출해 위키드의 손에서 벗어난 토마스 일행들은 모종의 시설에서 보호를 받는다. 각지의 미로에서 탈출하거나 구해진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 통제되고 있긴 하지만 안전이 보장되어 있는 시설이다. 매일 일정 숫자의 아이들이 더욱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 곳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묘한 괴리감을 찾아낸 토마스. 안전한 곳으로 이동됐다는 아이들이 실험체로 갇혀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속여서 치료제 추출에 사용 되는 아이들. 토머스와 일행들은 여전히 위키드의 손아귀에 있었다. <아일랜드>의 충격적인 배경과 완전히 동일한 설정이다. 신세계로 보내지는 것 처럼 속여서 장기 추출에 사용되는 복제인간 같은...
보다 구체적인 사실. 토마스를 비롯해 젊은이들이 미로에 갇혀있던 이유는 치료제 개발 때문이다. 인류를 덮친 좀비 바이러스에 대해 젊은이들중 일부만 면역체를 가지고 있다. 위키드의 목표는 이들 면역체에서 치료제를 찾아내는 것이다. 재밌는 건 이 면역체라는게 극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활성화 된다는 점이다. 전편의 미로는 스트레스를 극한까지 끌어 올리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출구가 없었지. 면역체를 추출해야 하니 당연히 젊은이들의 엄청난 희생이 뒤따랐다. 젊은이들을 모두 죽여서라도 치료제를 찾으려는 '위키드'. 이에 반대하는 '오른팔 조직'간의 갈등 구조가 <스코치 트라이얼>의 핵심이다.
악당 위키드와 선한 오른팔 조직, 토마스 일행과의 대립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세대간의 갈등이 숨어 있다. 대부분의 희생자가 청소년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기득권에 있어 절대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청소년이 희생 되어야만 하는 세계에서 기득권자들인 어른들은 극한 결정을 내린 거다. 모든 아이들을 희생해서라도 치료제를 개발해 내겠다는. 그 이후는? 그 이후일 뿐이다.
토마스와 동료들은 시설을 탈출해 오른팔 조직을 찾아 나서고 이 과정에서 동료를 잃고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 우여곡절 끝에 오른팔 조직에 합류하지만 OOO의 배신으로 '오른팔 조직'이 습격 당하고 토머스 일행은 다시 도망자 신세가 된다. 탈출했으니 다행이다 할 수 있겠지만 섹시한 동양인이자 막강한 전투력을 가진 민호가 '위키드'에 포로가 되어 버리면서 3부의 방향을 결정해 버린다. 토머스 일행이 도망 대신 민호를 구하겠다는, 너무나 영화적인 결정을 내리면서 <메이즈 러너>의 두번째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유치한 결론이 아쉽지만, 민호라는 떡밥은 3부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킨다. 평이하기는 해도 3부작의 브릿지 역할로는 제격인 마무리다. 물론 아쉬울(?) 점은 좀 있다. 어쩔 수 없이 3부에서 민호는 중반이 넘어서야 등장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과 정체가 모두 드러난 이상 3부는 전쟁 이상의 반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예측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미궁에 있는 토마스의 정체. 3부가 기대되는 이유다.
PS. <메이즈 러너>가 꽤 잘 됐는데 왜 속편 성적이 이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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