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가 없네' 하나로 1300만을 돌파한 괴력의 영화다. 불편할 수 있는 주제를 시종일관 경쾌하게 진행한 점도 그렇고 통쾌하고 명확한 결말로 카타르시스를 일으킨 점이 흥행 요인이 아닐까 싶다. 사실 류승완 감독의 작품 중에서 가장 몰입도가 높은 영화가 다 이런 식의 구성이다. 아라한 장풍대작전도 그렇고 짝패도 그렇고. 무지막지한 악당을 설정해 놓고 정의의 사도가 그를 때려잡는 단순 무식한 영화지만 그 안에 우리를 갑갑하게 만들던 사회 전반의 갑질에 대한 조롱과 응징이 담겨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재밌는 건 맷돌 손잡이는 어이가 아니라 어처구니다. 정말 어이가 없네>
먼저 유아인이 연기한 조태오. 안하무인의 재벌2세이자 마약, 연예인 스캔들, 갑질, 소시오패스 성격으로 무장한 인물이다. 하나 하나 각종 매체에서 접하던 갑질을 총 망라해서 그냥 나쁜 놈이 아니라 진짜 있을법한 나쁜놈을 만들어냈다. 보는 이들 모두를 적으로 돌려버릴 만큼 완벽한 유아인의 연기는 화룡 점정. 이유없는 결과가 어디 있겠냐만 남모를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거나, 정신병을 가지고 있는 것 도 아니니 그야말로 그냥 나쁜 놈이고 그게 또 영화의 핵심이다.
가진 건 없지만 '가오'만큼은 세우고 살고 있는 서도철 형사가 친분있던 트럭기사의 자살 사건을 접하면서 조태오와 얽힌다. 굴지의 대기업 신우그룹의 건설 현장에서 임금을 떼인 배기사가 회사 앞에서 시위를 한다. 배기사는 조태오에 의해 사장실에서 갖은 모멸과 폭행을 당하고 자살하게 된다. 이에 대해 신우그룹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매뉴얼대로 행동한다. 광고로 언론을 막고, 법적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인 책임으로 보상과 합의를 시도한다. 자살 직전 배기사가 아내에게 보냈다는 문자에서 이상함을 발견한 서도철은 본격적으로 조태오를 수사한다.
이 과정에서 각종 회유, 협박이 이어지는데 눈 하나 깜빡 안하는 서도철은 멋지면서도 판타지다. 멋있긴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캐릭터.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경쾌하고 가볍게 만들어낸 영화적 재미가 상당하다. 코미디도 아니면서 구석구석 유머가 가득하고 코믹이 가미된 액션은 자연스러우면서도 깨알같다. 반면 '갑의 횡포'부분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잔학하다. 슬픈건, 이 대다수가 현실에 기반한 에피소드들이라는 것이다. 2013년에 있었던 현대가의 대마초 사건, SK의 맷값 폭행과 한화의 술집 폭행사건, 재벌가는 아니지만 물티슈 수입업체인 몽드드의 유정환 대표의 마약 질주까지. 대부분이 현실이었던 거다.
이렇게 현실을 반영한 악과 대비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아니라 자본으로 갈라진 계급의 무서움을 너무나 명확하게 그리고 있고 그 중심에는 최상무, 유해진이 있다. 가장 악역이면서 철저한 '을'인 최상무를 통해 '갑'에 저항하지 않는 '을'이 얼마나 불쌍하고 악해질수 있는지 보여 준다. 이 두가지 대비를 어색함 없이 한 화면에 담아낸 류승완 감독이 새삼 대단하다.
당연하게도, 서도철을 비롯한 우리의 경찰들은 '갑'을 철저하게 깨부순다. 우리가 원하는 공권력의 모습이 이런게 아닐까. 어떤 회유와 압박에도 굴하지 않는 경찰의 모습을 담은 이 영화가 역대급 흥행을 한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갑'에 대한 응징을 원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악은 현실이지만 영웅은 판타지인 사회의 모습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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