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은 특이하다. 일단 발성 자체가 남다르다. 얼핏 들으면 중저음이지만 귀를 기울여보면 실제로는 상당히 하이톤임을 알 수 있다. 굵은 하이톤. 연기력이야 수차례에 걸쳐 검증이 됐다. 연기하는 캐릭터가 건들건들한 전문가 느낌으로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거부감이 없고 작품에 잘 녹아든다. 해외에서는 베네딕트 컴버비치가 가장 가까워 보인다.
<성난 변호사>는 이선균의 영화다. 단순히 주연을 넘어서 이선균이 아니라면 그 누가 왔어도 재미 없을것이 분명해 보이는 원탑. 법정물을 표방하지만 탐정물에 가까운 이 영화에서 이선균을 제외하고 무얼 볼 수 있을 것인가. 원래 탐정물이라 하면 미스테리한 사건이 주어지고 이걸 풀어나가는 과정이 주가 되어야 한다. 당연히 퀴즈는 관객이 예측불가 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나름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도 준비해야 하고. <성난 변호사>는 그게 약하다. 변호를 받던 도중에 갑자기 진범임을 자백하는 도입부까지는 신선하지만 그 이후가 올드하다.
“이기는 게 정의지 뭐”
두뇌 상위 1%, 승소확률 100%의 에이스 변호사 ‘변호성’(이선균). 대형 소송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승승장구하는 그에게 새로운 의뢰가 들어온다. 바로 시체도 증거도 없는 신촌 여대생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변호하는 것! 좀처럼 풀리지 않는 사건이지만 그의 두뇌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파트너 ‘박사무장’(임원희)과 함께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의 혐의를 벗길 결정적 증거를 확보한다.
“지금부터 이 사건의 주인공은 나다!”
재판 당일, 사사건건 부딪히는 후배 검사 ‘진선민’(김고은)의 반론에 맞서 조목조목 반박하는 변변. 언제나 그렇듯 승리를 확신하는 순간! 용의자가 자신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자백한다. 갑작스런 자백에 판세는 뒤바뀌고, 변변은 승소를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과 함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되는데…
거대 재벌의 탐욕, 돈에 팔린 증인들과 누명을 쓴 범인, 애정 때문에 범죄를 뒤집어 쓴 피해자까지. 어디선가, 언젠가 본 장면들의 연속이다. <화차>와 <끝까지 간다>가 감각적인 연출로 보는 이들의 피를 말렸다면 <성난 변호사>는 너무 교과서적이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있는 시나리오와 평이한 연출은 평범한 결과물을 낳았다. 물론 이선균이라는 걸출한 배우가 나름 선전하기는 했지만 판세를 뒤집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물론 영화 자체로는 재미있다. 중간중간 터지는 껄렁껄렁한 유머, 경쾌한 이선균의 리듬감, 평이하기는 하지만 자연스러운 전개까지. 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졸작은 아니다. 그냥 평범할 뿐이지. 잔학한 스릴러나 피를 말리는 추리게임을 원했다면 실망스럽겠지만 가볍게 즐기고자 한다면 딱이다.
PS. 김고은의 역할이 좀 아쉽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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