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생 만섭은 띨빵해 보이는 외모에 돈도 없고, 성적도 엉망진창. 잘하는 것도 구질구질하기 짝이 없는 족구 하나 뿐이다. 게다가 어찌나 당당한지 어눌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한다. 여자한테 대쉬하는 것도 장난 아니다. 그냥 캠퍼스 퀸, 안나에게 당당히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만섭이다. 족구를 싫어하는 주변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족구에 열정을 불태우는 만섭의 모습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다른 청춘들보다 구질구질하지만 훨씬 아름다워 보인다. 족구로 안나의 남자친구를 무릎 꿇리는 만섭의 모습에 캠퍼스는 족구 열기로 달아오르고 전교 족구대회 개최로 정점을 찍는다. 그동안 숨어있던 청춘의 열정들이 족구로 불타오른다.
황당한 소재의 독립영화지만 내용은 그 어떤 영화보다 진중하고 무게감 있다. 하고 싶은 것들을 취업 이후로 미뤄 놓고 사는 세대들이 얼마나 불쌍한지. 족구가 의미없고 시간낭비일 수도 있겠지만 재미있고 좋아하는 거면 하면 된다. 하고 싶은걸 참고 살다가 후회하는 인생이 되리니.
사실 만섭은 미래에서 인생을 되살기 위해 돌아온 인간이다. 암으로 죽기 직전, 하고 싶은 족구도 참고, 여자도 합격 이후로 미뤄 놓고 일만 하고 살았던 지난날이 억울해, 군대를 다시 가는 페널티를 감수하고 20대로 되돌아 온 것. 다시 살게 된 인생에서 열심히 사는게 아니라 연애를 꿈꾸고 족구를 한다. 그게 청춘의 열심이니까. 자, 만섭처럼 몰빵을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족구하면 어떨까. 족구하는 소리같아도 말이지.
PS. 안나역의 황승언이 엄청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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